지난 11일 분당우리교회 드림센터에서 만난 이찬수(53) 목사는 자꾸 울분이 생긴다 했다. 목사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뇌하는 일이고 그러다보니 시대와 목사, 자신에 대한 울분이 생겨 설교시간에 튀어나온다 했다. 그러면서도 외부 활동은 일체 하지 않는다 했다. 담임목사실에서 자리를 지킨다 했다. 언론 인터뷰도 이날이 처음이라 했다. 그의 집무실은 각종 신학, 신앙서적들이 꽂힌 책장으로 사방 둘러싸여 있었다. 책장 한켠에는 ‘덜 논리적이면서도 더 사랑하라’는 문구가 보였다. 논리로 비판하고 정죄하기 쉬운데 안 그랬으면 하는 마음에서 새기고 있는 문구라고 했다. 인터뷰는 40분간 진행됐다.
-송림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 서현역 드림센터는 주중에는 교육관으로 쓰고 있다. 이 건물도 8년 후면 떠나야 한다. 애초에 10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교회 예배당 짓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는 10월 9일 필립 얀시 초청 콘퍼런스에서 ‘예수님의 꿈, 교회의 꿈’을 제목으로 정했다. 어떤 메시지를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교회를 생각하면 늘 두 가지 마음이 있다. 하나는 교회가 좋은 곳이고 좋은 공동체라는 것이다. 나에게 교회가 없었다면 내 인생은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교회가) 좋은 공동체이긴 하나 병들기 쉽고 변질되기 쉬운 지상 공동체라는 것이다 상하기 쉬운 음식 같은 게 교회다.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 썩으면 냄새가 더 고약하듯이 음식과 상하기 쉬운 것이라는 두 긴장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콘퍼런스 강의 제목을 그렇게 붙인 이유는 사도행전 2장에서 보는 것처럼 교회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교회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서로 사랑하는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 교회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그게 첫 번째 다룰 내용이고, 사랑이란 본질의 회복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교회는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이며 본질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 본질은 하나님 임재의 회복에서 시작한다.”
-이번 콘퍼런스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자와 비신자 할 것 없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실망하고 있다.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 출석을 거부하는 ‘가나안 성도’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목사님은 왜 한국교회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시는가.
“교회가 사도행전에서 첫 태동될 때 보면 본질이 살아있을 때 사랑과 기능이 살아난다고 한다면 지금 이 시대의 현상은 본질을 잃어버린 측면이 많지 않나 싶다. 상하기 쉬운 음식 같다 보니 우리 자신이 타락하고 부패하지 않아도 자칫 방치하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본질에서 벗어나면 어려움이 있게 된 것 같다. 지난 여름 5주간 그 문제를 갖고 묵상하면서 종교개혁가들이 외쳤던 ‘아드 폰테스’(원천으로 돌아가라) 라는 메시지를 생각했다. 우리 교회가 12년 됐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시간 지나면 변하는 게 인간이고 교회이니까 우리 마음에 원천으로 돌아가라는 마음을 주신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한국교회가 본질에서 어긋난 게 아닌가 싶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오늘의 한국교회 문제는 목회자들의 본질 상실이라는 점이 크다.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이번에 유럽을 순회하며 집회를 했는데 로마에 있는 60대 목사님께서 저에게 의미 있는 충고를 하셨다. 로마에 있어보니까 본질이 죽을수록 외향이 화려해지더라며 로마의 베드로성당을 가리켰다. 베드로성당은 영적으로 타락해있을 때 만들어졌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지도자들이 본질을 추구하기보다는 외향을 추구하면서 어긋났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70년대 교회 성장이 되면서 목회자가 많이 필요하다보니 무분별하게 신학교가 생겼고 전체적으로 지도자들의 자질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또 교단이 나뉘어지면서 신학교 난립은 통제가 어려워졌고 지도자들의 자질은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희망이 될 수 있는 징후와 증거는 무엇인가. 지금 한국교회가 당한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인가.
“‘아드 폰테스’(원천으로 돌아가라)는 중세 교회가 타락했을 때 나왔던 말이다. 그 다음 나온 게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솔라 스크립투라’였다. 원천이 다른 게 아니라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초대교회를 생각하면 성령이 강하게 역사하시는 그 터전에서 교회가 태동됐기 때문에 교회 희망의 증거는 원천으로 돌아갈 때 가능성이 나온다.
희망의 징후는 교회의 머리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인데, 스티븐 호킹 박사의 예를 보자. 그가 장애를 갖고 있고 몸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두뇌는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석학으로 인정받는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희망은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분은 변질될 수 없기에 교회는 항상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천되신 그분에게 돌아가기만 하면 언제든 희망이 있다. 대안은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것은 머리되신 예수님과 멀어진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다. 교회는 변질되기 쉽고 상하기 쉬운 음식 같은 것이지만 반대로 언제든 회복이 가능하고 원천으로 복귀가 가능한 동전의 양면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회의 변화 의지를 세상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설득 가능하겠는가.
“영적 원리를 바탕으로 도덕적 회복, 정직성 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말씀으로 돌아가고 머리되신 주님과 회복되면 도덕적 정직성 회복이 돼야 그게 원천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종교적 행위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도덕성 회복, 신뢰회복까지 돌아가야 할 원천이다. 원천으로 돌아가는 행위가 삶으로 증명되는 데까지 가야 돌아가는 것이다. 기도 1시간 더 하고 성경 10장을 더 읽는다고 원천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종교행위다.”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나님의 마음은 성경을 50독에서 100독 하고 기도를 1시간에서 2시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악행의 모든 찌꺼기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물량주의와 이기주의로 비춰지는 현실을 정직성을 회복하고 삶이 바뀌어지는 것이 하나님 마음이라고 본다.”
-그동안의 목회 여정 속에서 교회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한 내용은 무엇이었나. 목사님께서 꿈꾸는 목회는 무엇인가.
“30세 때 미국 이민을 정리하고 한국 돌아올 때 꿈꾸던 교회상이 있었다. 기독교인이 인정하는 교회도 좋은 교회이지만 비기독교인이 인정하는 교회를 하고 싶었다. ‘저 교회는 이 지역에 꼭 필요한 교회야’ 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꼭 필요한 교회가 어떤 교회인가. 하나님 앞으로 돌아가고 원천으로 돌아가 관계가 회복되면 그 혜택을 믿지 않는 사람이 받아 누려야 그런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는 우리끼리만 잔치를 벌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평소 룻기 설교를 통해 교회와 목회에 대한 비유를 많이 하는 것으로 들었다. 룻기의 스토리를 통해 어떻게 한국교회의 미래를 소망할 수 있는가.
“룻기는 가장이었던 엘리멜렉이 판단 착오로 온 가족을 몰락의 길을 걷게 했는데 그 가족을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서 회복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줄기로 이어지는 대 반전을 말한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반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우리 힘으로는 더 이상 반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교회가 무슨 시도를 해도 왜곡되게 보는 게 현실이다. 이것 저것 해봐야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엎드려야 할 때다. 우리가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엎드릴 때 그때에야 생각지도 못한 하나님의 대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룻기를 통해 나눈 것이다.”
“필립 얀시는 교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를 테면 교회는 ‘지하철’(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기 때문에), ‘가족’ ‘응급 진료소’ 등으로 말했습니다. 목사님은 교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라 정의하겠는가.
“교회는 노아의 방주다. 한번 생각해보라. 방주 안에 온갖 종류의 짐승이 뒤엉키고 밀폐돼있는 곳에서 얼마나 냄새가 역겹고 더러웠겠나.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냄새가 역겨워 방주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 그게 교회다. 교회는 천사들이 모인 곳이 아니고 허물 많은 인간들이 모여 부대끼는 곳이다. 역겨운 일도 많이 일어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지체를 불쌍히 여기고 품고 배려하고 견디어내는 과정에서 은혜를 구하는 곳이다. 흠도 티도 없고 깨끗한 호텔이 교회가 아니다. 죄인이 모인 오물을 쏟아내는 곳이지만 나가면 죽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정결케 하고 덜 오염되도록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섬기면서 이해하고 용납해야 한다.”
-목사님이 꿈꾸고 지금까지 목회했던 교회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연약한 인간이 이루어져있다 보니 꿈의 측면에 앞서서 우리 시대 목회자가 보여줄 모습은 고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교회 하면서 고뇌하다가 큰 교회한다고 고뇌가 없어지면 그것은 타락이다.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이 시대 목회자의 코드는 고뇌라고 생각한다.
요즘 저의 고뇌는 ‘1만 성도 파송운동’이라는 저에게도 생소한 운동이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많다. 기존신자 등록을 안 받는다. 그런데 어떻게 교회가 그럴 수가 있는가. 오는 교인을 못 오게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짓이다. 매주 눈물로 등록을 간청하는 분들을 되돌려 보내야 하는 과정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왜 이래야 하나 하는 고뇌를 한다.
그러나 고뇌라는 한 단어와 함께 우리 시대 목회는 차선 찾기라고 생각한다. ‘1만성도 파송운동’은 최선책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단화 되어가고 있다. 안 되는 교회는 자립도 안 된다. 교회가 커져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고뇌에서 시작된 것이다. 나중에 하나님 앞에 가면 연좌맷돌을 엄청 많이 맬 것 같다. 저는 이것이 우리 시대 목회자들의 키워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키워든 저 스스로 만들어낸 게 아니다. 이것 자체가 목회자의 삶이다. 교회 규모가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대로 여전히 쓰라리고 잠이 안 오고 그렇다. 교회가 안정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마음이 아프고 길 가다가 눈물이 나는 게 목사다. 아픈 데도 없는 데 무기력감이 나타나면 고뇌에서 나온 것이다. 저는 우리시대에 최선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자신 있게 이거라고 하면서 달려갈 최선은 없다. 그러면 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그래서 차선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골방에 틀어박혀서 어쩌다 교회가 이렇게 됐나 하며 고민하고 자숙해야 할 때다. 지금은 뭘 할 때가 아니라 진짜 은혜를 구해야 할 때다. 인간의 노력과 수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만이 유일한 대안이며 그 사실을 시인할 때 회복이 일어날 것이다.
제 안에 울분이 있다. 목사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뇌하는 일이고 고뇌하다보니 시대와 목사, 저 자신에 대한 울분이 있어서 설교시간에 자꾸 튀어나온다. 이게 누구를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무기력한 시대와 나 자신의 약함, 한국교회의 조롱당하는 현실에 대한 울분에서 나온다.”
-이번 콘퍼런스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
“필립 얀시의 책 제목,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이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제 마음의 표현이다. 콘퍼런스에 오셔서 답을 얻고 대안을 찾기보다는 아픈 현실을 같이 아파하고 고뇌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말씀을 사모하는 귀한 시간 되기를 바란다.”
성남=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이찬수 목사 인터뷰 전문
입력 2014-09-18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