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없는 한국을 위하여…‘해체’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의 말

입력 2014-09-12 13:52
사진=서영희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선수는 자식, 감독은 아버지’라며 야구 지도자의 전범을 보여온 고양 원더스 ‘야구의 신(神)’ 김성근(72) 감독이 팀 해체에 대해 입을 열었다.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다.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이며 프로야구 진출이 좌절된 선수들을 모아 3년간 최고 수준으로 조련해온 김 감독은 해체 소식에 울음을 참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그는 “너무 눈이 매워서 눈물이 나왔던 것”이라며 너털 웃었다.

김 감독은 눈물을 보인 진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자식들을 오래 데리고 있었는데, 헤어지려니 마음이 아프죠”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재차 “선수들 하나하나 자식 같으세요?”라고 묻자, 그는 “당연하죠. 제일 먼저 선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라며 “너희들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됐다고…”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도하는 프로야구 중심의 체제. 마이너리그 없이 메이저리그만 있는, 패자 부활전이 불가능한 한국 사회에 대해 김 감독은 “피라미드 위가 넓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부도 그렇고 모든 일이 그렇다”라며 “피라미드 위, 그 넓은 곳 한 군데에 고양 원더스라는 팀이 위치를 차지했는데 (이제 해체되어)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인터뷰는 주옥같은 경구로 가득했다. 그는 “중요한 건 회사가 있으면 직원이 있어야 한다”라며 “야구하려면 선수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또 “사람이라고 하는 건 욕심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고 본다”며 “고맙게 느끼고, 감사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한국 성인 야구계에서 유일한 패자부활 기회였던 고양 원더스를 한국 사회가 고마워했다면 이런 날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침이다.

김 감독은 KBO가 프로구단 중심으로만 2부 리그를 운영해 고양 원더스의 설 자리가 없었던 점에 대한 섭섭함도 털어놓았다. 그는 “기득권을 가지고 뭐하려고 그러죠?”라고 반문한 뒤, “전체를 보고 움직이는 게 세상살이지, 나만 보고 사는 것은 세상살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고양 원더스 팀 해체가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감독직에서 물러났을 때 보다 더 상처라고도 했다. 13번째 감독 경질이라는 기록도 언급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중에 도는 프로야구 감독 영입설에 대해 그는 “소문이 많으면 (영입 접촉이) 오질 않는다”라며 “(접촉을) 해 본 적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대신 김 감독은 “구단 안 가도 돼요. 리틀 야구로 가도 됩니다. 고등학교 가도 되고, 중학교 가도 되고요”라고 답했다. 이게 진정한 야구인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자는 김 감독에게 “감독님, 자고로 야구는 어때야 한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다. 선문답 같지만, 수많은 명언을 남긴 불패의 명장 김 감독은 “야구나, 사회나, 뭐든지 진실해야 해요”라고 답했다. 이어 “진실 속에 모든 답이 있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진짜 리더의 말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