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고는 우리아이 방치하면 ‘성장에 방해’

입력 2014-09-11 09:15
#7살 아들을 둔 A씨는 최근 들어 코골이가 심해진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다. 평소 비염이 있던 아이가 자라면서 활동량이 늘어 자주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골이 정도가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코골이를 방치하면 아이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아이들은 자라면서 수시로 코를 골게 된다. 일반적으로 정상 어린이의 20% 정도가 가끔 코를 골며, 7~10%의 어린이가 매일 밤 코를 고는 것으로 분석될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코를 곤다. 이 중 1~2%의 아이는 코를 골면서 수면호흡장애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소아 코골이는 잠을 잘 때 입을 벌리고 자거나 수면 중 호흡을 할 때 호흡음과 함께 잡음이 들리는 코골이가 주된 증상이다. 성인은 수면 중에 가끔씩 코골이 소리가 나는 반면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코고는 소리가 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간혹 피곤해서 나타나는 코골이가 아니라면 아이들의 코골이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봐야한다. 소아의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구개편도와 인두편도(아데노이드)의 비대가 주된 원인으로, 구개 편도는 목젖 양쪽에 호두처럼 튀어나온 편도조직이고, 아데노이드는 목젖 뒤에 숨어 있는 편도조직이다.

편도와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있는 아이들은 ‘드렁드렁’ 코를 골면서 입을 벌리고 잔다. 또 모로 누워 자거나 엎드려 자고, 심하면 방안을 굴러다니는 비정상적인 수면 자세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아의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유는 치료가 늦어지면 많은 합병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소아 코골이가 반복되면 성장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못해 ‘성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성장호르몬은 처음 잠들기 시작해서 60~90분 지나는 시간동안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성장호르몬이 생성될 기회를 못가져 키가 자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아 코골이의 경우 성장기 성격 변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소아 코골이는 기억력과 학습능력 뿐만 아니라 감정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코골이와 구강호흡 등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성격이 급변해 과잉행동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예시바 대학 의과대학 가정사회의학 교수 카렌 보너크(Karen Bonuck) 박사에 따르면 코를 골거나 입으로 숨을 쉬는 등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나중에 과잉행동이나 공격적 행동, ADHD 등 문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보너크 박사는 수면호흡장애로 인해 뇌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 산소공급이 줄어들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보크너 박사는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뇌의 집행기능(주의력, 기획, 조직), 행동억제기능, 감정조절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규 원장은 “소아 코골이는 단순히 코를 고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빠른 시일 내에 원인을 찾아 치료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