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른 아침부터 한 장의 사진이 국민들에게 분통을 터뜨리게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송광호(72) 의원이 부결 소식에 깜짝 놀라는 사진이었습니다. 본인도 예상치 못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송 의원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표정에 이어 그의 한마디가 또 국민들의 염장을 질렀습니다.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합니다.”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고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투표수 223명 중 찬성 73명, 반대 118명, 기권 8명, 무효 24명으로 반대·무효·기권표가 150표나 무더기로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민생법안은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식물국회’가 체포동의안 처리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통속이 됐습니다.
이는 의원 개개인의 동정론, '검찰에 의해 나도 당할 수 있다'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감정이입의 결과였습니다. 관피아와 철피아, 해피아 등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적폐들을 개혁하고 혁신하겠다던 정치권이 오히려 금품수수 혐의가 명백해 보이는 동료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동료로서 의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은 SNS, 커뮤니티, 미디어 등에서는 온종일 국회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트위터리안 이외수는 “아는 놈이 도둑놈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해를 입었을 때 쓰는 속담이지요. 믿었던 사람에게 해를 입게 되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모두가 도둑놈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천사로 보일 날은 언제쯤 도래할까요.”
불체포특권이 정치적 탄압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개인 비리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버린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도 있습니다. 이 네티즌은 ‘불체포특권을 개인비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네티즌은 국민들이 방탄국회에 맞서 싸우는 방법은 ‘기억하고 투표로 심판하는’ 길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국민의 세금 도둑놈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댓글 명언] 본인도 '깜짝'…정말 몰랐을까요? 아니면 척하는 걸까요?
입력 2014-09-04 17:19 수정 2014-09-04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