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이 오면 안과 정기검진 필수… 녹내장 등 실명위험질환도 촉진되기 때문

입력 2014-09-04 13:21

우리의 눈은 가까이 있는 사물을 바라볼 때 수정체의 두께를 두껍게 해서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노화가 진행되면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두께 조절이 힘들어지고 초점이 흔들리게 된다.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도 손을 쭉 뻗어 멀리 놓는 일이 많아지고, 바느질이나 손톱깎이 등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바로 노안 때문이다.

노안은 여러 가지 실명 질환의 위험성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후부터는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노안으로 찾아오는 대부분의 실명질환은 처음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누네안과병원 최태훈 원장의 도움말로 노안과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게 되면 왜 안과를 자주 방문, 눈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기 시작하면 안과 의사와 친하게 지내는 게 왜 좋은지는 무엇보다도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 4대 실명위험 질환을 조기에 발견,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들 질환은 노안이 오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첫째,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그 발생도 비례하는데, 40대에서는 1년마다 발생 가능성이 0.1%씩 증가한다. 그리고 60대 이후의 발병률이 60대 이전의 인구보다 6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시야가 좁아지거나 문제가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시신경은 일단 손상이 일어나면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경우에는 시력회복이 불가능하다.

녹내장이 어느 순간에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고 시신경의 손상이 서서히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검진으로 조기발견이 중요한 것이다.

둘째, 노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고 딱딱해지는 질환으로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안질환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 중 하나이지만, 단순 노안으로 여기기 쉬워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백내장은 과거 실명질환 1위를 기록했지만 의료기술 발달로 인해 수술로 완치가 가능해져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다면 실명의 위험은 없다.

셋째, 65세 이상 노인 실명 원인 중 1위를 차지하는 황반변성은 망막에 나이가 들면서 시세포가 밀집된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인다. 그 황반에 생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에서 누출된 혈액이나 액체가 황반을 손상시켜 시력을 떨어지게 만드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이 무서운 실명질환인 이유는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물을 볼 때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람들이 노안증상으로 착각해 병을 키우기도 한다. 황반변성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황반의 시신경 세포들의 손상이 심해져 사물의 중심이나 직선 등이 휘어져 보이며 한 쪽 눈에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 45%가량 5년 이내 다른 쪽 눈까지 발병하므로 병의 조기발견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뇨망막병증으로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 꼴로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만성질환인 당뇨, 그리고 당뇨병에서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 가장 대표적인 실명질환이다.

당뇨망막병증이란 쉽게 말해 당뇨병으로 인해 눈의 가장 안쪽 신경조직이며 시력에 가장 중요한 부위인 망막에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당뇨망막병증은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당뇨 환자의 60%이상에서 발병할 정도로 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면 길수록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래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 중 노안이 오는 나이가 되면 당뇨망막병증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당뇨망막병증 역시 황반변성과 동일하게 병이 상당히 진행하기 전까지는 자각증상이 별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은 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 초기에는 시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노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과 백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은 모두 노안의 진행과 함께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조기발견이 중요한 질환들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자각증상이 노안과 구분되지 않아 특별한 의심 없이 증상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상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이미 조기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병의 진행으로 실명을 앞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한 조기 치료가 실명 예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 원장은 “일반적인 건강검진에 비해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안과 검진이지만, 어느 검사보다 중요하며 그 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검사는 망막검사”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도근시와 초고도근시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대개 망막과 시신경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