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월드컵 ‘보이콧’ 검토… 냉전 회귀?

입력 2014-09-03 10:27
사진=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 러시아전 거리응원 모습. 국민일보DB

유럽연합(EU)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3일(한국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방안 논의 등을 위해 2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EU 외교관들이 9개월 전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주요 스포츠 행사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EU가 논의 중인 주요 스포츠 행사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포뮬러 원(F1) 자동차 경주대회, 유럽축구대회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 월드컵 거부 방안은 EU가 이번 주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인 새로운 제재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등 몇몇 국가들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트비아의 한 외교관은 “러시아로부터 선의를 엿볼 수 없는 지금 시점에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면서도 “아직은 구상 수준의 논의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정 국가의 주요 스포츠 행사에 대한 ‘보이콧’을 활용하는 방안은 1980년 미국이 처음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기 위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한 서방의 보이콧을 주도했고, 소련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4년 뒤 열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대한 동유럽의 보이콧을 이끌었다.

정치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애널리스트는 “권위 있는 국제적 스포츠 행사를 보이콧하는 것은 냉전 시대의 느낌이 난다”며 “이는 러시아에는 금융제재보다 훨씬 더 쓰라린 제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