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은 같아도 원인은 다양한 ‘소화기 질환’

입력 2014-09-03 09:22
#직장인 K(38·남)씨는 최근 가슴이 쓰리고 목이 걸리는 듯한 이물감이 자주 느껴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K씨는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K씨는 약을 먹으면 증상이 호전되다가 다시 가슴이 쓰린 위산 역류 증상을 느끼곤했다. K씨는 술 마시는 횟수도 줄이고, 담배도 끊었는데 역류성 식도염이 잘 낫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K씨를 고생하게 하는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이대일 원장의 도움말을 통해 ‘소화기 질환’ 원인과 종류,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증상 다양한 위식도 역류질환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역류에 의해 식도에 궤양이 생기는 역류성 식도염도 위식도 역류질환의 일종이다. 이 병은 위와 식도 사이의 경계 부위가 조절되지 않아 위가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발생한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일 수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재미난 통계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심사 결정 자료를 이용해 ‘위식도 역류질환’을 분석한 결과, 40~50대 여성 중 위식도 역류질환 진료 인원수가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등학생 자녀의 입시 문제 등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주원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대일 원장은 “과식, 고지방식, 음주, 흡연 등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역류성 식도염이 아니더라도 더부룩함, 속 쓰림, 트림 등의 소화불량 증세는 소화를 주관하는 기관인 입·식도·위·십이지장·소장·대장 중 한 곳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겪게 된다. 소화불량 증세가 한 달 이상 이어지면 위 내시경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그런데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기능성 소화장애’라고 한다.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신경성 소화장애’, ‘과민성 소화장애’라고도 한다.

최근 이러한 소화불량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소화불량 진료 인원이 2006년 48만9251명에서 2011년 64만514명으로 크게 늘었다. 음식물을 잘게 분해하는 게 어렵거나, 위·장 운동에 문제가 생겨서 음식물이 소화효소와 잘 섞이지 않거나, 영양소가 몸속에 잘 흡수되지 않는 증상 중 하나만 있으면 소화불량이 생긴다.

또한 속이 더부룩하거나, 구역질·트림이 나거나, 속 쓰림·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위염·위궤양·담석증·식도염 등의 질환 때문에 생길 수도 있으나, 이런 질환이 없는데도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된다면 ‘기능성 소화장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감정중추와 신경중추가 영향을 받아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온몸에 퍼져 있는 교감신경은 신체를 긴장 상태로 만든다. 이 때문에 입과 식도에서는 점막을 촉촉하게 만드는 점액이 잘 분비되지 않고, 위장은 연동 운동 기능이 떨어지면서 위산·소화효소 분비가 줄어든다. 음식물을 먹어도 몸이 제대로 분해·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일 원장은 “이 같은 기능성 위장장애는 내시경으로 들여다봐도 멀쩡하기 때문에 원인을 찾거나 치료하기가 위염·위궤양보다 더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기능성 소화장애, 소화불량이 있으면 식사를 할 때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소식하며 음식을 잘게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생활관리와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신경안정제를 쓰기도 한다. 기름기가 많거나 맵고 짠 음식을 병을 악화한다. 식후 불쾌감을 탄산음료로 푸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습관적으로 마시면 오히려 위 괄약근이 약해져 역류성 식도염까지 생길 수 있다.

불특정 소화기 질환에는 위 운동이 잘 안 되는 위 마비도 있다. 위가 잘 안 움직여 음식이 위에서 소장으로 내려가지 않아, 음식을 먹지 않아도 늘 더부룩하고 구토가 나며 복통이 있다. 당뇨병이나 위 수술 환자에게 많다.

이대일 원장은 “위 마비일 땐 기름기 많은 음식과 채소류를 피한다. 하루 3끼를 4~5끼로 나눠 먹는 것이 좋고, 위에서 소장으로 음식이 내려가도록 중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식후 1~2시간 내에 눕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위장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방법

▲기름 사용 줄이기= 센 불에 빨리 볶아낼수록 기름의 흡수를 줄일 수 있다. 튀김, 볶음 등의 요리를 찜, 삶기, 조림 요리로 전환하여 칼로리를 낮춘다. 전은 밀가루를 적게 묻히고, 나물은 미리 살짝 데친 후 볶으면 기름의 흡수를 줄일 수 있다. 고기(소, 돼지, 닭)는 눈에 보이는 지방을 제거하고 조리한다.

▲염분 섭취 줄이기=생선이나 김 구이에는 소금을 뿌리지 않는다. 소금이나 간장 대신 식초나 레몬즙, 후추, 마늘, 생강, 양파 등 천연 조미료를 이용한다.

▲과식 금지=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 추정량을 알고 적당하게 먹는다. 남성은 약 2400㎉, 여성은 약 1900㎉ 정도로 에너지 추정량을 정해 놓고 음식을 섭취한다.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

*도움말=이대일 원장(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건강증진의원)

송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