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병사가 모범병사로…검정고시 명문 '충의학교'
장병·주민 합격률 3년째 100%…구타·가혹행위도 줄어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 군대 내 부조리와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교육을 통해 병영문화 개선을 이끈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육군 수도군단 부설 '충의학교'는 부대 앞 간부숙소 건물 1층에 공부방 3개가 전부인 조촐한 모습으로 2011년 11월 문을 열었다.
애초 간부들의 외국어 공부가 목적이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병사들을 위한 검정고시 학교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첫해 수도군단 예하 각 부대에서 병사 24명이 입학했다. 조직폭력배 출신을 포함해 대부분이 소속 부대에서 보호관심병사로 분류된 이들이었다.
간부, 군무원, 군인 가족, 대학생 병사 등 30여 명이 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나서 학생보다 선생님이 많아지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일대 지역주민에도 학교 문을 개방했다.
수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낮에는 훈련하고 밤에 공부하는 병사와 주민들의 '주경야독'이 넉 달 동안 이어졌다.
처음에는 옆 사람과 장난을 치고 군단장이 특강을 해도 졸던 병사들이 두 달째 접어들면서 주말에도 학교를 찾아 자율학습을 할 만큼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2년 전반기 검정고시에서 주민을 포함한 학생 35명 전원이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로도 100% 합격률을 유지해 올해 전반기까지 다섯차례 검정고시에서 129명이 합격, 감격스런 졸업장을 받아들었다.
올해 1월에는 충의학교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림저축은행이 교실 3개와 멀티미디어 강의실, 회의실, 휴게실, 샤워실, 개인 사물함 등을 갖춘 번듯한 학교 건물을 새로 지어 기부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충의학교 설립을 이끌고 지난 1월 전역한 전 수도군단장 권태오(58) 예비역 중장은 "검정고시를 통해 군인이 된 내 경험을 살려 전역 후에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검정고시를 보기 어려운 병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학교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권 장군은 "병사들이 공부에 재미를 느끼면서 표정이 밝아졌고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과 올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며 "학력 취득뿐 아니라 잘못된 인성을 바로잡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학교 운영을 통해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충의학교에 입학한 병사들은 졸업 이후 전역까지 구타 및 가혹행위 사건에 한 번도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군단의 구타 및 가혹행위를 포함한 사건·사고도 2011년 500여건에서 이듬해 400여건으로 줄어든 뒤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충의학교가 병영문화 개선에 효과를 보이자 지금은 2군작전사령부의 '무열학교' 등 비슷한 과정의 학교들이 여러 야전부대에 개설·운영되고 있다.
수도군단 관계자는 "보호관심병사가 충의학교를 다니면서 생활태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모습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게 눈에 보인다"며 "병사 개인은 물론 부대 전체에 좋은 변화를 주고 있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양=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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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주민 ‘주경야독’ 검정고시 100%… 軍에 이런 시설이
입력 2014-09-03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