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여성 신도 등을 상대로 불법 시술을 하면서 성폭행과 추행을 일삼은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기소된 무속인 라모(71)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라씨는 1999년부터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 지하에서 12년간 1000여 차례 한의사 면허 없이 침·부항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액운을 쫓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여성 신도 7명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라씨는 1970년부터 30년 가까이 철학관을 운영하며 습득한 주술적 지식으로 ‘도인’ 행세를 할 수 있었다. 스스로 만병 치료 능력을 가진 신적 존재로 우상화한 뒤 자신과의 성관계를 통해 길흉화복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자연법’ 교리를 맹신도가 된 여성들에게 강요했다. 또 안마와 식사, 청소 등을 시키며 여신도들을 하녀처럼 부리기도 했다. 피해 여신도 중에는 의사, 대기업 간부 등도 포함돼 있었고 대부분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다 마지막으로 라씨를 찾았기 때문에 외부에 알리지 못한 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성폭행 및 강제 추행 피해자들이 라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점을 들어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공소는 기각했다. 지난해 6월부터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됐지만 라씨의 범행 시점이 법 개정 전이어서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라씨에게 지난 2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보다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만행으로 일부 가정은 파탄되거나 위기에 빠지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들의 고소 취하로 피고인의 성폭력 범죄는 처벌할 수 없게 됐지만 성범죄가 대부분 의료행위를 빙자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보통의 무면허 의료행위 범죄와 차이가 크다”고 판시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서부지법, 여신도 강간·강제추행한 사이비 무속인에 실형 선고
입력 2014-09-02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