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현장 홍보한 통진당 홍보부장 무죄 선고… “언론 활동으로 보인다”

입력 2014-09-02 15:48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시위를 촬영하고 홍보한 통합진보당 홍보부장에 대해 법원이 ‘언론 활동을 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피고인은 시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역할을 했을 뿐 기자 업무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문경 판사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장모(3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강 판사는 “집시법에 따르면 언론사 기자는 집회 또는 시위에 출입하는 것이 보장된다”며 “장씨가 정당의 홍보부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면 언론사의 기자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장씨는 지난해 4월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세계노동절 기념 전국노동자 대회’ 집회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현장 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촬영한 사진을 통진당 공식 트위터에 올려 실시간으로 홍보했다. 당시 시위대는 신고된 장소를 벗어나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앞에서 도로 전체를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

장씨는 이밖에도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규탄 시국대회, 지난해 8월 남북공동선언 이행 8.15 평화통일대회의 현장 사진을 촬영해 트위터에 올렸다. 장씨는 지난해 12월 통진당 당원 등 7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부정선거 규탄 비상시국대회에도 참석했다. 당시 시위대는 신고된 경로를 이탈해 30여분 동안 도로 전체를 점거했다. 검찰은 “장씨가 시위대와 함께 시위에 참여해 교통을 방해했다”며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해 장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는 장씨가 시위 현장을 촬영해 홍보한 행위를 언론사 기자로서 일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장씨는 통진당 홍보부장으로서 6년째 일하고 있었다. 검찰은 “장씨는 시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홍보 활동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기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언론사 기자들도 신분증을 제시하고 기자임을 표시하는 완장을 착용해야 집회 출입이 가능한데, 장씨는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회 및 시위의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언론사 기자는 집회 출입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 경우 기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기자임을 표시한 완장을 착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 판사는 “장씨가 행진 대열에 포함돼 도로 위에 서 있기는 했지만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며 “비록 장씨가 완장을 착용하지는 않았지만 집회 현장을 홍보, 보도하는 등 기자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장씨가 통진당 홍보부장이고, 집회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자들과 다르게 볼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