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남자… 이유를 보니

입력 2014-09-02 09:13
사진=법정모습. 국민일보DB

부인을 살해하고 젖먹이 두 딸을 버리고 도망친 비정한 아버지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2일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3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2009년 부인 A씨와 결혼해 세 딸을 낳았던 이씨는 심한 부인과 자신의 어미니 사이 고부갈등이 계속되면서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갔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지난해 4살이던 첫째 아이는 이씨가, 2살과 1살인 둘째, 셋째는 A씨가 양육하는 조건으로 이혼하기로 하고 별거에 들어갔다.

경제적으로 부인에게 의존하고 있었던 이씨는 별거 후에도 일하는 A씨를 대신해 두 딸을 돌보러 A씨의 집을 찾았다.

사고는 지난해 9월에 일어났다.

이씨는 A씨 집을 찾았다가 A씨와 고부갈등, 이혼, 경제적 문제 등으로 밤새 말다툼을 벌이다가 A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씨는 부인이 강도·강간으로 살해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현장에 담배꽁초 2개를 놔두고, 부인의 하의를 벗겼다. 그리고 젖먹이 두 딸이 옆방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도망갔다.

이씨가 도망친 뒤 두 딸은 돌봐줄 사람 없이 14시간이나 방치됐다. 1살짜리 막내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숨진 피해자의 젖을 빨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이씨가 부인을 고통스럽게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버린 담배꽁초까지 미리 준비했다”며 “범행 1시간 뒤 피해자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 등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가 살해 행위가 발각될 것만 우려해 스스로 물과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어린 두 딸을 범행현장에 방치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