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고 교장 이임식서 교사·학생 700명 인간하트 선물

입력 2014-09-01 16:48
다음 '아고라' 캡처.

이임식에서 학생, 교사 700명에게 하트 선물을 받은 교장 선생님이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선사고 이영희 교장에게 벌어진 일이다.

이 교장은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개교한 선사고의 초대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학생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드러냈다. 교장실에 전교생의 사진과 이름을 붙여놓고 학생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웠다. 어떤 학생이 누구와 사귀고 헤어지고 방황하는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교사들한테 이 교장은 권위주의를 내려놓아 권위를 얻은, 친근하지만 존경받는 교장이었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지난달 26일 전해진 이 교장의 인사발령에 한동안 공황 상태에 빠졌다.

자율규정에 따라 평소 교복을 잘 갖춰 입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교장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는 이날엔 모든 학생이 교복을 입고 인간하트에 동참했다. 하복을 구입하지 않은 학생들은 동복을 차려입은 학생들도 있었다.

교사와 학생들을 하나되게 만들 수 있었던 건 이 교장이 지난 3년반 동안 ‘권력을 내려놓은 리더십’으로 교사·학생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학교로 만들어 온 결과였다.

감동스런 선사고 이 교장의 이임식에 대해 공교육 정상화에 갈급했던 네티즌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아이디 sun***는 “저런 선생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학교 환경이 아니다. 공문과 잡다한 실적 위주의 학교 업무. 그러므로 혁신학교가 많아져야 정상화된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저런 선생님이고 싶지만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현실에 부딪히는 선생님도 많은 게 교육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선사고 1학년 학부모라는 11b***는 당시 상황과 이 교장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저 하트 밑에 밑그림도 없고 즉흥적으로 선거랍니다. 특히 교복을 잘 안입고 오는데 (자율규정이라) 이날은 강제하지 않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입고 왔대요. 특히 고3학생들은 수시원서 쓰는 와중인데요 자발적으로 참여한 거랍니다. 저도 아이 입학후 1주일이 안되어서 직접 교장선생님이 전화하셔서 저는 뭔 사고난줄 알았어요. 믿고 맡겨달라고 당부전화하신 거드라고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mod***는 “교육이 자사고라는 사업이 되는 현실에서 선사고의 모습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크다”는 말로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