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에서 여배우 스마트폰 해킹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출생해 갓 성인이 된 유명 여배우 일부의 헐벗은 사진이 대량 유포됐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언론의 대처는 매우 다릅니다. 관음증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로 보입니다.
할리우드에 집중하고 있는 전통의 미국 잡지 ‘피플’은 1일 “제니퍼 로렌스의 해킹된 전화기에서 나온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피플지는 이어 “이것은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검찰이 연락해 왔고, 누구든 도둑맞은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 기소할 것이라고 했다”는 제니퍼 로렌스 측 대변인 말을 옮겼습니다. 제니퍼 로렌스(사진1)는 올해 24살로 영화 ‘헝거게임’에 주연을 맡아 유명세를 탔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말고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커버걸 출신의 모델 케이트 업톤(22)이라고 주장하는 사진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케이트 업톤은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맨하탄의 삼성전자 마케팅 행사에 나타나 삼성의 스마트TV 옆에서 사진을 찍은 바 있습니다(사진2). 금발에 작은 얼굴이지만 몸매만큼은 건강합니다. 입술에 있는 작은 점은 최고의 여배우 마를린 몬로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마저 듣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먼저 진화에 나선 여배우도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빅토리어스’의 헤로인 빅토리아 저스티스(21)는 자신의 누드라며 돌고 있는 사진에 대해 “나라고 알려진 것은 가짜”라며 “이런 건 지금 당장 싹을 잘라 버려야 한다”라고 트위터에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한 팬이 자신의 얼굴 사진을 누드에 붙였음을 입증해 주도록 만들어준 증거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가짜라는 결론을 스스로 입증해 보인 것입니다.
여배우 스마트폰에서 묘한 사진을 해킹해 빼어가는 일은 종종 벌어졌습니다. 2011년에는 세계적 글래머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한 남성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된 바 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 명량으로 한국 최고의 흥행배우가 된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에서 최민식과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지난 3월엔 컨트리 가수이자 여배우인 제넷 매커디의 고혹적 셀프카메라 사진이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 통신사들은 아직 휴대전화 해킹을 통한 여배우 누드사진 유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이 붙은 것은 이상하게도 태평양 건너 한국의 매체들입니다. 세 번째로 첨부한 사진을 보시면, 스포츠지들은 유출된 제니퍼 로렌스 사진을 굳이 입수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만큼 자극적인 사진들을 기사에 붙여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의 맨얼굴입니다. 만약 이런 것도 저널리즘이라고 꼭 불러줘야 한다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외신과 한국] 할리우드 셀카 해킹 女배우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입력 2014-09-01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