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카사노바’ 도봉산·수락산 등산 온 유부녀 상대 18억대 사기

입력 2014-09-01 15:00
서울 인근 산으로 등산 온 유부녀들을 상대로 18억원대 사기를 친 60대 남성이 검찰에 꼬리가 잡혔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조호경)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무고 혐의로 한모(6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2005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피해자 여성 등산객 8명으로부터 적게는 3000만원부터 많게는 5억원에 이르기까지 총 1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주로 서울 도봉산과 수락산에 온 40·50대 유부녀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수락산 등산로 입구에서 만난 피해자 A(49·여)씨에게 길을 물어보는 척하며 자신의 차량에 실린 고급 등산용품을 선물하겠다고 접근한 뒤 3억원을 빌렸다.

한씨는 A씨에게 “40여개의 하청업체와 직원 4000명이 일하는 중견 기업을 운영한다”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다”는 등의 거짓말로 자신을 과시했으며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노래방이나 커피전문점을 차려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한씨는 여성 등산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 직원의 임금이나 건물 임대료에 썼다.

한씨는 피해자들이 유부녀들이기 때문에 남자와 관련된 사기에 연루됐다는 것을 밝히길 꺼리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피해자 중에는 한씨의 감언이설에 속아 성관계를 갖거나 실제 사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돈을 받은 뒤 “사업자금을 세탁해야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계좌로 재입금한 뒤 현금으로 받기도 했는데 이를 근거로 “빌린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고소한 피해자를 도리어 고소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에 더해 증거가 없을 때는 아예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투자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는 가짜 사실확인서를 받아 지난 5월 검찰로부터 한 차례 ‘혐의 없음’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한씨가 보유한 10여개의 계좌를 분석하고 가짜 사실확인서 작성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 지난달 구속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