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모든 것이 풍족한 민족의 최고의 명절이다. 모든 가족이 모여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의미 있는 날이지만 이런 큰 행사 일수록 주부들의 근심은 깊어지기 마련이다.
다른 때보다 2~3배는 더 걸리는 귀성 길을 거쳐 고향에 도착하면 쉴 새 없이 닷새 동안 가족과 친척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명절 당일이 되면 새벽부터 제사상을 마련하고, 손님이 오갈 때마다 상을 차려야 한다. 잠시 쉴라치면 설거지하고 과일도 깎아야한다. 이정도 되면 즐겁고 행복한 명절은 고사하고 골병이 들지 않으면 다행이다.
자생한방병원의 박종훈 의무원장은 “실제 추석 후에는 명절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경우가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특히 이 가운데 50대 이후 주부들이 많다”고 1일 전했다. 박 의무원장의 도움말로 명절 스트레스로 인해 주부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과 예방법을 알아보자.
◇명절 내내 쪼그려서 일하는 주부들의 허리·무릎질환, 고부갈등만큼 깊어진다=추석이 되면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주부들이다. 명절음식을 할 때 거실에 모여 앉아 같은 자세로 쪼그려서 음식준비를 하기 때문에 허리와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기 쉽다. 등을 구부리고 바닥에 앉은 자세는 자기 체중의 2~3개 이상을 하중을 허리에 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바닥이 아닌 식탁에앉는 것이 가장 좋으며 굳이 바닥에 앉을 경우엔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폐경기에 접어든 40~50대 주부들의 경우 뼈와 척추주변조직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통증을 느끼게 되며 명절연휴의 무릎통증이 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과식, 음주, 익숙하지 않는 환경이 불러 오는 여성들의 단골 질병 ‘변비’=명절이 되면 근심이나 걱정으로 마음은 편치 않고, 오래 앉아 있어 운동량은 적고 대장의 기능은 활성화되지 못한다. 또한 명절을 맞아 과식을 하거나 지나친 음주를 하게 되면 위장에 열이 쌓여 변비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명절엔 자기 집이 아닌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번잡하다. 억지로 변을 참게 되면 대뇌에서 지배 받는 배변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변비를 일으키게 되기도 한다. 변비개선을 위해서 장시간 일을 할 때는 규칙적으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걷기 등을 해주면 장의 리듬을 회복시켜주어 변비개선에 효과적이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여성들만의 질병 ‘생리불순 및 생리통’=명절기간 동안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계와 소화계가 예민해지는 여성들이 많다. 또한 장시간의 이동, 얇은 옷차림, 속옷을 잘 갖춰 입지 않거나 걱정이 많으면 피의 순환이 느려지고 피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늦게 내보내게 된다.
혈액도 뭉쳐 덩어리가 커지기 때문에 좁은 혈관을 통과하기 힘들어 생리통이 유난히 심해져 복부통증은 물론 허리통증까지 발생하기 쉽다. 스트레스로 인해 기가 막혀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생리불순을 초래하므로 먼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바닥의 냉기 때문에 배가 냉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속옷을 잘 챙겨 입고 방석을 준비 하는 것이 좋다.
◇하루 종일 물에 손을 넣고 있다 보면 생기는 ‘수족냉증’과 ‘피부건조증’=하루 종일 음식준비와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에 물이 마를 시간이 없다. 이로 인해 혈액순환은 힘들어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손발은차가워져 수족냉증이 야기되기도 한다.
또한 물이 마르면서 땀과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손발이 차가워지는 수족냉증과 가려움이 발생하는 피부건조증 자체를 큰 병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신체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와 함께 따라오는 증상이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들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명절 때는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혈액순환을 위해 수시로 손발을 마사지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피부건조증을 막기 위해 핸드크림을 주변에 두고 계속해서 발라 주어야 한다.
당귀나 천궁뿌리 말린 것, 혹은 유자를 넣은 온수 물에 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을 높여 냉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마른 쑥이나 무 잎을 끓인 목욕법도 냉증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이다. 자주 목욕하기 힘들면 손발을 매일 뜨거운 물에 담궈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것이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고부갈등 부추기는 명절증후군… “이렇게 극복하세요”
입력 2014-09-01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