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일희망재단 '얼음물샤워' 확산으로 기부 늘어…루게릭요양병원 건립까진 요원

입력 2014-08-28 13:50
박승일 전 코치의 아이스버킷챌린지 참여 모습. 승일희망재단 캡처.

‘아이스버킷챌린지’(얼음물 샤워)가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기부문화를 빠르게 확산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캠페인은 미국 비영리기관인 ALS 재단이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진행하는 자선 모금 운동으로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이 동참할 세 명을 지목하면 대상자는 24시간 이내에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루게릭병 관련 기부금을 내야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이 캠페인은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지난 20일 루게릭병을 앓는 박승일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전 코치가 직접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사회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년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승일희망재단의 박성자 상임이사는 “국내에서 이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10일 됐다”며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28일 밝혔다.

박승일 전 코치의 누나인 박 상임이사는 “저도 어제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했고 또 많은 분께서 동영상을 보내주고 계시는데 일일이 다 올리지 못할 정도로 바빠졌다”고 재단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10일 사이에 모인 기부금은 얼마일까.

박 상임이사는 “우리는 어차피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다 공개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돈 액수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캠페인의 원래 취지가 흐려질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다만 “재단 설립 이후 3년 동안 모인 돈이 5억원인데 지금은 열흘 사이에 탤런트 정혜영씨가 1억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몇 억원대가 모였다”고 도움을 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캠페인 초반에 연예인이나 정치인 분들께서 똑같이 10만원 기부로 릴레이를 한 것이 많은 사람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가 된 것 같다”며 “학생들이 몇 천 원을 보내오면서 ‘조금밖에 못 해서 죄송하다’고 하는데 정말 예쁘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는 또 “루게릭 환우 외에 다른 분들이 느끼실 기분이 어떨지도 알 것 같다”며 루게릭병 환우들만 부각되는 상황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표현했다.

2002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지금껏 투병 중인 박 전 코치에 대해 박 상임이사는 “병원 건립의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상임이사는 “(박)승일이가 자꾸 금액을 물어보는데 ‘앞으로 얻어지는 것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자’고 답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사람이 세 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라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감사하다”며 “그래도 아직 병원 건립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는 “기업에서 도와주신다면 조금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