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기둥 균열’ 광주 평화맨션 “재건축 불가피”

입력 2014-08-27 21:41
아파트 기둥 균열로 입주민들이 한 달 넘게 대피 중인 광주 북구 중흥동 평화맨션의 재건축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구조안전기술원은 27일 광주 북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평화맨션 주민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가 난 B동은 물론 A동 역시 사용을 즉각 금지해야 하는 E 등급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지난 5월 자체 점검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한 특정대상관리시설물 상태 평가 기준인 A∼E 등급 중 B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기술원은 “건물이 전반적으로 중대결함이 많은 상태”라며 “두 동 모두 콘크리트 강도가 약하고 콘크리트 타설 불량에 따른 철근 노출, 철근을 감싸는 콘크리트 양 부족과 부식, 누수로 인한 노후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기둥 균열이 발생한 B동의 콘크리트 압축 강도는 평균 12.78㎫(메가파스칼)로, 설계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된 18㎫의 71%에 불과한 것으로 측정됐다.

또한 건물이 지표면으로 218㎜ 기울어져 있으며 철근을 감싸는 콘크리트 양 부족 때문에 철근이 틀어지고 탄산화가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A동의 콘크리트 압축 강도 역시 평균 13.37㎫로, 74%밖에 되지 않았으며 지표면으로 222㎜가량 건물이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원은 “B동의 경우 기둥파손으로 인해 이미 과도한 변형이 일어났고 지나치게 낮은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부식 등을 보강할 만한 방안을 찾기 곤란해 재건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A동 역시 근본적으로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며 재건축을 위한 준비기간인 약 2년 동안 임시 거주가 불가피하다면 기둥 주변 잭서포트 설치 등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평화맨션 비상대책위원회는 “서민들이 사는 평화맨션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법적으로 재난이 아닐지언정 준비할 새도 없이 가족의 보금자리가 갑자기 쾅 내려앉아 버려 우리에게는 재난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4일 평화맨션 B동 기둥 2곳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60여 가구 주민들이 친척집과 인근 우산초등학교 등에 한 달 이상 대피생활을 해왔으며 이번 주부터 학교가 개학하면서 LH와 도시공사 등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으로 이전했다. 광주은행은 북구청과 ‘재난관리기금 협약’을 맺고 주민들의 입주 보증금의 70%를 저리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