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기억에 딸린 감정도 조작 가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도움

입력 2014-08-27 16:39
전쟁이나 고문, 사고 등 끔찍한 경험을 한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겪는 정신적 질환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한다. 우리 뇌에는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서로 연결돼있어 기억과 연계된 감정이 강렬할 경우 시간이 지난 뒤에도 정신적인 고통이 따른다. 그런데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신경학 연구팀이 27일(현지시간) 특정기억에 대한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의 실험은 간단했다.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 사이의 연결고리를 바꿔주는 것이다. 우선 수컷 쥐에 전기자극을 가한 뒤 전기자극을 기억으로 저장하는데 관여한 해마의 신경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조작했다. 이틀 뒤 A와 B, 두 구역으로 나뉜 상자에 수컷 쥐를 넣고 쥐가 A구역으로 갈 때마다 빛을 비춰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을 유도했다. 쥐는 A구역을 피해 주로 B구역에서 머물렀다.

그런 다음 이 수컷 쥐를 암컷 쥐와 함께 놓아둔 상태에서 12분간 빛을 비췄다. 나쁜 기억에 즐거운 감정을 입히는 과정이다. 다시 수컷 쥐를 상자에 넣고 예전처럼 A구역으로 갈 때마다 빛을 비추자 수컷 쥐는 더 이상 A구역을 피하지 않았다. 전기자극에 대한 트라우마가 암컷 쥐와 어울렸던 좋은 감정으로 바뀌면서 A구역에 대한 공포도 사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기억이 저장된 해마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사이 연결이 바뀌면서 기억에 대한 감정의 전환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 결과는 28일 발간되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