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군대와 반상회까지 동원해 수배했던 구원파 핵심인물 유병언. 그가 왜 매실 밭에서 반(半)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는지는 결국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고 경찰이 공식 확인했다.
검경이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50일 넘게 행방을 쫓던 유병언은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의 매실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됐고, 40일 뒤인 7월21일 경찰은 이 백골 시신이 유병언이라고 급작스럽게 발표했다. 검경의 무능에 따른 40일 누락 미스터리는 전 국민적 음모론으로 번졌고, 이후 다시 전남 순천경찰서에 ‘유병언 변사사건 수사본부’가 꾸려져 30일 가까이 생전의 유병언 행적과 정확한 사망 원인을 뒤졌다.
하지만 경찰이 19일 새롭게 밝혀낸 팩트는 “유병언이 타살당했다고 판단할 단서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와 “사망 시점은 적어도 6월2일 이전일 가능성이 크다” 등 두 줄이다. 그나마 하나는 추정일 뿐이다. 음모론은 무능을 먹고 자란다.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병언의 시신은 2차례의 부검을 통해서도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는 판명되지 않았다”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골절 등 외상과 체내 독극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백 청장은 또 “유병언 의복에 대한 감정 결과 예리한 도구 또는 둔기 등에 의한 손상도 없었다”라며 “타격 등 외부 충격시 발견되는 섬유 손상이나 잠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왜 유병언이 죽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찰은 반백골 시신이 유병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 경찰은 유병언의 DNA가 검출된 물체로 시신 옆 천가방 안에 있던 녹색 소주병, 점퍼에 있던 스쿠알렌병, 보해골드소주병, 막걸리병, 육포, 머스터드소스통, 매실씨앗 등을 나열했다.
경찰은 유병언 사망 미스터리를 풀지 못한 데 대한 사과도 되풀이했다. 백 청장은 “지난 6월 12일 변사체 발견 당시 유병언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면밀히 조사했으면 사건의 실체 파악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유병언 사인, 끝내 영구미제로…경찰이 한달간 밝혀낸 팩트 “6월2일 前 사망추정”
입력 2014-08-19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