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군 '비밀의 문' 열리나…군내 발생 사고 유족에 배상 판결

입력 2014-08-19 10:55
군 의문사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들고 억울한 심정을 이야기 하며 눈물 짓고 있다. 국민일보DB

폐쇄적인 군내 사건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군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6부(배형원 부장판사)는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던 중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의식불명이 됐다가 6년 뒤 숨진 박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응급환자는 원칙적으로 구급차로 이송해야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일반 차량으로 이송하더라도 구급차량의 운행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차량에 군의관과 의무병이 동승하지 않았고 동승한 군인들도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응급구호 의무를 위반한 직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원고에게 2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의무병 등이 환자를 구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박씨가 입대 전에 향후 위험에 대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박씨(당시 20세)는 2007년 9월30일 육군 53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제식훈련을 받고 휴식을 취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병사식당 앞에서 대기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조교는 박씨를 업고 부대 내 의무실로 옮겼으나 당직군의관이 없어 심폐소생술을 하진 못했다.

박씨는 인근 국군부산병원에서 옮겨져 뒤늦게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뇌손상으로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민간 병원에서 6년여 동안 치료를 받던 중 지난해 2월 패혈증으로 숨졌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