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관련 종사자 164명이 중증질환”

입력 2014-08-18 15:02
사진=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국민일보DB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 중증질환에 걸렸다는 사람이 16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 70명이며 삼성전기 등 전자부문 계열사를 포함하면 모두 233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김미선씨,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씨 등 피해자가 직접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반올림 교섭단장인 황상기씨는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병에 걸린 사람이 200명이 넘는데 협상 참여자인 8명만 우선 보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벌써 숨졌거나, 병세가 심해 거동을 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지난 13일 삼성전자와의 6차 협상에서 반올림 측 협상단 8명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의 제안대로 협상 참여자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데 대한 반박을 이날 기자회견 형식으로 한 셈이다.

이날 반올림이 공개한 ‘피해자 현황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LCD 등 DS(부품)부문에서 근무한 노동자 39명이 산재를 신청한 것으로 돼있다.

황씨는 “사과하는 사람이 사과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는 아니다”라며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 산재보상을 방해한 점,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를 폭행, 고소·고발한 점을 구체적으로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재발 방지와 관련해서도 반도체·LCD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 공개, 노동조합 설립 등을 수용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