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교황 프란치스코가 비행시간을 포함해 엿새 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머물며 행한 마지막 기도는 ‘용서’였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마태복음 18장 21, 22절 말씀을 옮겼다. 기독인 독자들을 위해 천주교 버전이 아닌 대한성서공회 표준새번역 개정판 말씀으로 옮기면 이렇다.
그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형제가 나에게 자꾸 죄를 지으면, 내가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하여야 합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일곱 번만이 아니라,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 하여야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경 속 용서의 의미를 강조하며 “바로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합시다”라고 했다.
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라고 마무리했다. 누가 보더라도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한국 내 봉합 불가로 치닫는 갈등 해소를 위한 기도이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마지막 기도를 듣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마저 명동성당을 찾았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7명, 쌍용차 해고 노동자 3명,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3명,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예정지역 주민 3명, 이명박 정부 용산참사 피해자 3명이 함께 했다. 교황이 떠난 후 박 대통령이 이들을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황은 이날 오후 1시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전세기에 탑승,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 로마로 향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교황의 마지막 기도]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용서를”
입력 2014-08-18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