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유민이는 나를 꼭 안고 곁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3)씨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A4 용지 한 장에 빽빽하게 적은 글에는 그의 심경과 호소가 담겨 있었다.
노란색 편지 봉투에 담겨진 이 편지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미사에 앞서 퍼레이드를 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됐다.
이날로 단식 34일째인 김씨는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와의 협의로 시복식에 유족 400여명과 함께 참석했다.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 바로 앞이었다. 김씨가 교황과의 만남을 위해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라는 노란 글귀가 씌어진 텐트에서 일어나 바리케이드 쪽에 섰다.
무개차가 멈춰 섰고 교황이 차에서 내려 김씨에게 다가섰다. 김씨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제대로된 특별법이 필요하다”면서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통역을 해 주는 정제천 신부의 입술에 귀를 댔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는 “이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어 “편지를 갖고 왔는데 전달해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날 아침까지 유족들은 보안상의 문제로 저지를 당할 수 있어 편지를 전달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긍정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였다.
노란색 봉투 속에 담긴 김씨의 편지에는 34일간 단식을 하며 느꼈던 생각들이 적혀 있었다.
김씨는 편지에 “아빠가 잘 때 팔 베개 해주던 딸, 가난한 아빠가 용돈 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까봐 수학여행 간다고 알리지도 않은 딸”이라고 추억했다. 그리고 “유민이가 뒤집힌 뱃속에 갇혀 죽어가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적었다.
김씨는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했지만 정부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했다”며 단식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고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제 가슴 속에서 아직가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유가족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라며 “힘없는 저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시복식이 끝난 뒤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시청 광장 집회에서 연설 마치고부터 교황 시복 미사까지 정신없이 바빴다”면서 “이제 전 세계 여론에 알렸으니 마음이 조금 홀가분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교황님, 잊지 말아주세요”… 단식 유민아빠 ‘눈물 편지’
입력 2014-08-16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