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건강 이상·미아 신고… 긴 기다림 부작용도

입력 2014-08-16 11:21 수정 2014-08-16 15:55
사진=사진=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성지에서 천주교 신도들이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일정의 최대 행사인 시복미사 현장에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6일 오전 10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할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은 물론 숭례문까지 전국의 신도들은 일찌감치 교황을 맞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허영엽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벽 4시부터 입장해서 대부분의 신자들이 입장을 했다”고 말했다.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신속한 입장을 위해 출입구 13곳에 300개의 검색대를 설치했지만 입장시간 30분전인 오전 3시30분 전후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도들이 일시에 몰렸다. 출입구마다 500∼600m씩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건강상 문제가 생겨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최모(71·여)씨 등 1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170여명이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최씨 등 3명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고 12명은 새벽부터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면서 복통과 두통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11세 여자 아이를 잃어 버렸다는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각 구역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찾았다. 방송으로 아이를 찾고 있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오기도 했다.

안전상 문제로 설치한 바리케이드 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현장 질서를 지키는 경찰 등과의 마찰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교황이 무개차에 올라 퍼레이드를 시작하는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는 하얀색 2중 바리케이드로 신도들이 몰려들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서 있는 경찰들을 향해 “앉아 달라” “교황 한번만 보게 해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자원 봉사자로 나선 가톨릭 질서 요원들과는 말싸움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새벽부터 교황님 보려 올라왔다” “큰 사진기 일부러 들고 왔다”며 항의하다가 경비 인력에 밀려나기도 했다.

경찰과 교황방한위원회는 군중이 운집한 장소에서 교황의 움직임에 따라 한꺼번에 발걸음을 옮기다가 압사 등 예기치 못할 사고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성추행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시복식을 보고 있던 40대 여성의 뒤로 접근해 자신의 성기를 밀착시킨 유모(45)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유씨는 범행 직후 피해여성과 승강이를 벌이다 근처에 있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또 광화문 시복식 행사장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범인을 좇고 있다.

한편 경찰이 비어있는 교황의 쏘울 차량 두 대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예고 없이 교통을 통제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교황은 서소문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하기 위해 쏘울 차량을 이용했다. 이후 교황이 무개차로 옮겨 탄 뒤 경찰은 두 대의 차량을 수송하기 위해 예고 없이 독립문 사거리-서대문역 사이 교통 신호를 통제했다. 이로 인해 이 일대 차량들이 30여 분간 옴짝달싹 못하고 멈춰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여기로만 통행할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여기까지 막으면 너무 대책이 없지 않느냐” “교황이 탄 차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엄호를 하는 이유가 뭐냐”는 불만이 이어졌다.

서윤경 정부경 기자 y27k@kmib.co.kr ,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