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한국] 朴대통령, 6600자 광복절 경축사 원고없이 연설한 비결

입력 2014-08-15 17:23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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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공식행사에서 경축사를 했습니다. 대통령의 연설은 한 문장 한 문장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연설비서관실을 중심으로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성합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6600자가 넘는 연설을 했습니다. 신문기자들이 쓰는 200자 원고지로는 33매가 넘습니다. 젊은 독자께 더 편한 설명으로는 ‘글자크기 11포인트, A4용지 4장에 3분의1이 조금 넘는 분량’이 적절하겠습니다.

공중파 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된 영상에는 박 대통령이 원고를 보지 않습니다. 정면을 응시하며 좌우를 찬찬히 돌아봅니다.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일본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해왔고, 특히 군대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그 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내년이 아버지 박 대통령이 맺은 한일수교 50주년임을 강조하며 “이런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때 한일관계가 건실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의 진실은 마음대로 가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후손들이 앞으로도 역사의 진실을 찾아나갈 것이고 역사의 증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데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은 오히려 양 국민의 마음을 갈라놓고 상처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훈수했습니다.

AFP통신은 박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전 세계에 실시간 전송했습니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박 대통령이 힘있게 연설하는 사진이 보이실 겁니다. 아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 8·15를 맞이해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정치인들도 통신을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접했을 겁니다.

그런데 AFP 통신이 선택한 사진은 박근혜정부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국내 통신사의 사진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태극기 배경 연설 장면인데, AFP 사진에는 박 대통령이 원고없이 연설할 수 없었던 비결, 투명 프롬프터가 나와 있습니다. 다른 사진엔 프롬프터 안에 박 대통령의 얼굴을 맞춘 프레임도 발견됩니다.

연설의 달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국가 공식 행사에서 연설을 할 땐 프롬프터를 사용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프롬프터를 굳이 피하려는 국내 사진기자들이 외신의 눈에선 이상하게 보였나봅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을 바라보는 외신의 시각을 부담없이 한번 소개해 보았습니다. 과민 반응은 사절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