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접촉 이뤄지나” 김대중 5주기 北 화환 받으러 박지원 방북

입력 2014-08-15 11:24
2009년 8월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내온 조화. 사진=김지훈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북한 방문을 준비 중이다. 목적지는 개성이다. 북한이 오는 18일 서거 5주기를 맞이하는 김 전 대통령을 위해 화환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방북이 통일부의 최종 승인으로 성사된다면 2007년 8월 이희호 여사와 함께 금강산을 방문한 이후 7년 만이다. 북한 고위급과 제대로 된 만남이 이뤄진다면 박 의원으로서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특사로 활동한 이후 첫 의미있는 대북접촉 창구가 되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방북에 대해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을 포함해 3~4명이 방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및 박근혜정부와의 조율에 대해서도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번 방북에는 아흔을 넘긴 이희호 여사는 빠질 것으로 예상되며 날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 하루 전인 17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에 맞춰 개성공업지구 안에서 고위급 인사가 정중히 화환을 남측에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밝혀왔다.

박 의원은 그 고위급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공식 창구인 통일부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5년전인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화를 보내온 바 있다. 박 의원은 북한의 이번 화환 전달에 대해 “서거 당시 화환을 보낸 이후 처음”이라며 “만약 북측의 고위층을 만나게 되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나 국민 정서를 전달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화환 전달 의사를 어떤 식으로 접수했는지에 대해 박 의원은 “간접 경로를 통해 저에게 연락이 왔다”라며 “그래서 정부에 연락하라고 했고, 저희도 대북접촉의 창구는 정부로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에 따라 통일부에 연락을 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사전승인 없이 대북 접촉을 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