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하나님의 저주라고 규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미국 기독교 매체 릴리전네트워크서비스(RNS)가 라이베리아 현지 매체를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라이베리아 목회자와 교단 관계자 등 100여명은 지난달 30일 수도 몬로비아의 한 교회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현상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라이베리아교회협의회(LCC) 대표인 조나단 하트 대주교가 모임을 주도했다. 이들은 이날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에서 “하나님이 라이베리아에 진노하고 계신다”며 “라이베이아 사람들은 동성애와 같은 부도덕한 행위와 부패에 대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독교인으로서 회개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자”고 강조했다.
시에라리온교회협의회(CCSL)의 이분 제임스 데캄 총무도 “에이즈가 유행병처럼 번질 때와 (에볼라 확산 현상에) 유사점이 있다”며 라이베리아 교계 지도자들과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고 RNS는 전했다.
그러나 ‘에볼라 저주론’에 대한 교계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나기독교총연합회(CCG)는 “에볼라는 질병이지 하나님의 징벌이 아니다”는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다고 현지매체가 11일 보도했다. 가나에는 에볼라 감염 확진 환자가 아직 없다. CCG는 “에볼라에 대한 잘못된 미신을 바로 잡아야 확산 현상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며 “우리는 회원 교회들과 함께 대중 교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베리아 루터교회의 은퇴 주교 스모워드 해리스는 RNS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에볼라를 하나님의 저주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것인데 하나님은 이런 방식으로 인간을 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아픈 친척을 기도원으로 데려오고, 민간요법 치료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에볼라가 유행병으로 확산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 치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은정 기자
'에볼라 저주론' 물의… 교계 우려 목소리 나와
입력 2014-08-14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