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성남 서울공항에 내리자마자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맞잡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서울공항 활주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뒤 평신도 대표 32명으로 구성된 가톨릭 신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악수를 나눴다. 공항 활주로까지 나온 이들 가운데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 4명이 포함돼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에게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어가 빠졌는데, 세월호 침몰 참사를 말하는 듯 하다. 이어 “가슴이 아프다”라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의 손을 잡은 유족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평신도 영접단엔 세월호 유족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필리핀 볼리비아 출신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 모임인 해밀 회원, 장애인, 외국인 선교사, 가톨릭노동청년과 노년층 대표들로 구성됐다. 가톨릭측은 “한국 사회에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행기 트랩 바로 아래까지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교황은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라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한국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라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방한을 계기로 따듯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교황은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라고 답했다.
공항 영접에는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뿐만 아니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나왔다. 교황은 박 대통령을 뒤로하고 기아자동차의 패밀리 세단 소울에 올라 교황청 대사관 숙소로 향했다.
한편 교황의 방한을 기념하는 듯, 곧이어 북한은 300㎜짜리로 추정되는 방사포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반도가 세계 유일의 전쟁을 잠시 중단한 정전 상태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려는 북한 김정은 등 군부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긴급] 공항서 세월호 유족 만난 교황 “가슴 아프다. 희생자를 기억한다”
입력 2014-08-14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