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여군중위 자살은 부대장 성희롱 탓” 권익위 재조사로 드러난 군의 민낯

입력 2014-08-13 17:07
여군 장교들은 남성과 똑같이 훈련받는다. 훈련 장면은 기사와 상관 없다. 사진=국민일보DB

억울하게 숨져도, 죽은 이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를 잊지 않는 이들에 의해 사실의 일단이라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난 2010년 강원도 화천군 육군 한 사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군 중위 심모(사망 당시 25세)씨의 자살 원인이 소속 부대장 S소령의 성희롱과 관련이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잠정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부대장이던 S소령은 심 중위 사망 이후 4년쯤 지난 4월 또 다른 부대에서 부하 여군 장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일삼아 보직해임 및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S소령은 지난해 중령 진급 예정자로 발탁되기도 했다. 우리 군의 맨얼굴이다.

13일 권익위와 유족의 말을 종합하면, 심 중위는 2010년 3월 20일 오후1시30분쯤 화천 전방부대 인근 야산에서 전투화를 이용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군복은 아니었고, 등산복 차림이었다.

즉각 군 당국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내부 제보를 받아 감찰을 벌였고 당시 부대장 S소령이 여군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가했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당시 S소령이 받은 징계는 ‘구두경고’였다. 심 중위 자살 일주일 후에 천안함 폭침 사건이 벌어져 전군에 비상 경계령이 떨어진 일도 있었다.

권익위는 지난 5월 심 중위의 엄마 강모(56)씨가 제기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진정을 접수하고, 사건을 재조사했다. 당시 S소령의 문제점은 내부 보고를 통해 사단장에게까지 보고됐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성 군기 위반 사실을 군이 적발한 것은 심 중위 자살 넉 달 후인 7월쯤이었다. 그런데도 군은 이를 남녀간 애정문제로 봤고, S소령은 ‘구두경고’만 받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80% 정도 조사가 완료됐으며 심 중위의 사망이 S소령의 성희롱과 관련이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라며 “다음달 말쯤 최종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심 중위 사망이 성적 괴롭힘의 피해자인 점과 연관되면 권익위는 국방부에 순직 인정을 권고하게 된다. 단, S소령은 성희롱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어 권익위 최종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딸을 군대에 보냈다가 어이없이 잃게 된 엄마 강씨는 통신에 “딸이 죽기 일주일 전에 휴가를 나와 ‘너무 힘들다. 부대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S소령을 죽이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어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데 4년 넘게 걸리다니 너무나 원통하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