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면산 산사태, 서초구 대피 지시 안한 책임 있다”…주민 일부 승소

입력 2014-08-13 11:28

법원이 3년 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때 피해를 입은 주민이 낸 소송에서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5부(부장판사 장준현)는 13일 우면산 인근 아파트 주민 황모씨 가족이 “산사태로 주거지 파손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와 서울시,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초구는 황씨 가족 3명에게 각각 200만원씩 모두 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산사태 전날부터 산사태 관리시스템상 위험 경보가 서초구 담당공무원에게 통보돼 있었다”며 “당일 새벽부터 20∼30mm가 넘는 폭우가 내린 만큼 적어도 오전 7시40분쯤에는 위험지역에 있는 주민들에게 대피지시를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서초구가 산사태 경보 발령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 3명이 집안에 있는 상황에서 토사류가 밀어닥치는 상황을 그대로 목격했다”며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겪은 데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서울시 조사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국가나 서울시가 산사태 예방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이후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달 기준으로 모두 9건이다.

소송은 2011년부터 제기됐지만 사고원인을 분석한 서울시의 2차 조사보고서를 증거자료로 쓰기 위해 재판 선고가 미뤄졌다.

이번 사건은 9건 가운데 처음으로 판결이 선고된 것이어서 앞으로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