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 ‘호통 리더십’ 김무성 대표체제 한달… “당 대표 된 뒤 옛날 일은 다 잊었다”

입력 2014-08-12 17:29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kimth@kmib.co.kr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가 14일로 한 달을 맞는다. 사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당무를 맡아 새누리당을 이끈 것은 지난달 31일 이후로, 아직 2주가 채 못 된다. 7·14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7·30 재·보궐선거운동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김 대표 체제가 예상보다 빨리 뿌리 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청 관계는 원만하고 새누리당의 질서도 김 대표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반(反) 김무성’ 목소리는 숨어들었다.

김 대표는 당직 인선을 하며 관계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던 일부 인사를 과감히 껴안았다. 전당대회 당시 반대편에서 서서 서청원 최고위원을 도왔던 의원들도 빼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가 된 뒤 옛날 일은 다 잊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일부 인사들과 각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 않았느냐”면서 “하지만 지금 모두 다 잘 지내고 있다”면서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은 김 대표의 정치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가진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불러 놓고 책상을 내려치며 분노를 표시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이 먼저 나서 군을 비판하자 야당이 할 일이 없어졌다”면서 “군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은 일반적으로 여권에 악재인데, 김 대표가 국방장관에게 호통을 치자 민심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호통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거부했다. 그리고는 “여당 뿐 아니라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상임위에서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부처 장관을 불러 질타하지 않느냐”고 했다. 여당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이 소속 의원들에게조차 낯설어 보이는 것은 그동안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도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당직 인선 때문이었다. 유승민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고사하면서 인선이 늦어졌다. 김 대표는 미국에 머물던 유 의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한 측근 인사는 “그 때 무대(김 대표의 별명·김무성 대장의 준말)가 상당히 예민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인선 내용에 대해 측근들에게까지 함구했다. 다른 인사는 “무대가 당직 인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누가 어떤 자리에 가는지 눈치로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군현 의원이 사무총장에 기용되는 과정에도 사연이 있다. 이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도왔다. 김 대표가 승리하자 이 의원은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 보란 듯이 계파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사를 중용하라. 저 같은 사람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 대표가 사심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사무총장이 바로 그런 예”라고 전했다. 측근인 김성태 의원과 안형환 전 의원은 당직 인선에 빠지며 ‘백의종군’을 택했다. 당직은 적고 당직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 상황을 고려해 김 대표의 짐을 덜어 준 것으로 보인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