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는 의지만 있다면 꿈은 이루어진다.’
책속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니다. 최초의 ‘외다리’ 메이저리거 투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당찬 소년 피터 주카(11)와 왼팔을 잃고 메리저리거로서의 여운을 접었던 데이브 드라베키(58)의 우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12일(한국시간)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왼손 투수로 활약했던 드라베키는 1991년 암으로 왼팔을 잃었다.
1988년 10월 왼팔에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은 드라베키는 “최소 2년 동안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재활 속도를 높였고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거쳐 1989년 8월 11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샌프란시스코 팬은 물론 신시내티 원정팬들의 응원속에 이날 드라베키는 8이닝 4피안타 3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탄력을 받은 드라베키는 8월 15일 몬트리올 엑스퍼스와 원정경기에도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수술로 인해 약해진 근육이 버텨내지 못했고, 뼈까지 부러진 것이다. 더구나 1991년에는 암이 재발했다. 드라베키는 결국 자신의 생명과도 같던 왼팔을 절단했다.
1982년 빅리그에 입성해 8시즌을 보내며 3차례 두자릿수 승리를 따낸 투수는 226경기 64승 57패 평균자책점 3.13의 성적을 남긴 채 마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드라베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1992년부터 병원과 학교, 교회를 돌며 어린이들에게 ‘극복’을 주제로 한 강연을 시작했다.
주카와의 인연도 그런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재활의지의 연장선이었다. 2013년 2월 한 교회에서 시작됐다.
주카는 태어난 지 10개월 만에 “2개월 내 사망 확률이 거의 100%”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성장판 이상으로 오른 다리가 왼 다리보다 훨씬 짧았다. 그리고 오른 다리에 암세포가 발견됐다. 결국, 2012년 오른 다리를 절단한 주카는 바퀴 네 개가 달린 보호대에 의지해 생활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주카에게 '야구'는 관람하는 종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드라베키를 만나면서 ‘직접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됐다.
주카를 눈여겨 보던 드라베키는 “학교 친구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지 생각만해도 무섭다”며 등교를 꺼리던 주카에게 “신은 너의 모든 걸 사랑한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당당히 고개를 들고 친구들과 어울려라”라고 끊임없이 조언하며 용기를 북돋웠다.
드라베키의 정성이 통한 걸까? 주카는 곧 야구 동아리에 가입했고 마운드에도 섰다. 이제 그의 꿈은 ‘프로야구 선수’다.
야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으면서 암으로 투병중인 어린이를 돕는 재단도 여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도 시작했다.
주카는 “드라베키 아저씨와 나는 닮은 점이 참 많다. 둘 다 야구를 좋아하는데 특히 투수쪽에 관심이 많다. 자선재단도 운영한다”며 “내가 성인이 됐을 때도 아저씨와 닮아있으면 좋겠다. 일단 드라베키처럼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외다리 투수’ 꿈을 심어준 준 ‘외팔이’ 아저씨
입력 2014-08-12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