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침해하는 것은 사생활이 아니라 '인격'

입력 2014-08-11 09:38 수정 2014-08-11 09:40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연합뉴스 제공

페이스북이 침해하는 것은 이용자의 사생활이 아니라 인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출신 작가인 예프게니 모로초프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페이스북은 당신의 사생활이 아니라 인격을 침해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모로초프는 기고문에서 페이스북이 지난달 발표한 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고 이 덕분에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페이스북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이용자의 사생활뿐 아니라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됐던 페이스북의 이른바 ‘감정 조작 실험’을 언급하며 “페이스북 또는 그와 비슷한 SNS가 두려운 이유는 그것이 사생활을 침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기술적 하부구조의 변수를 규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2012년 5월 페이스북이 1만3000여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뉴스피드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감정을 담은 포스트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이용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살펴본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실험을 거론했다.

이 실험은 페이스북이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이용자들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광범위한 비판을 일으켰고, 결국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모로초프는 그러나 “페이스북이 아직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슬프게 할 권한은 없지만, 만약 그렇게 하는 것이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페이스북은 기꺼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혹은 슬프게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실적발표회장에서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행동의 자유가 제한된 사적 공간을 왜 만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