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과 통합 "55년 분열의 역사 극복하게 하소서"

입력 2014-08-10 18:30 수정 2014-08-10 23:06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선 55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목회자들의 특별한 신앙고백이 흘러나왔다. 1959년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문제 등으로 갈라진 예장합동과 통합 교단의 전 총회장단이 ‘한국교회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연합기도회’에서 한목소리로 신앙고백을 한 것이다.

한국교회 ‘장자교단’인 두 교단의 역대 총회장들이 연합기도회를 갖고 회개와 화합을 다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도회에는 김창인 림인식 서기행 김순권 김동권 홍정이 장차남 박종순 김삼환 목사 등 두 교단 지도자 40여명과 성도 1만여명이 참석했다.

55년 전 WCC 가입을 찬성하는 연동파(예장통합)와 반대하는 승동파(예장합동)로 갈라진 양 교단은 각각 장신대와 총신대를 통해 목회자를 배출하고 경쟁적으로 교세를 키우면서 한국교회 부흥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군소교단으로 갈라지면서 한국교회 분열의 상징이 됐다.

신앙의 후배들은 한목소리로 찬송가 200장 ‘사랑하는 주님 앞에’를 부르며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엡 4:3)을 지키지 못했던 자신과 신앙선배들의 죄악을 회개했다. “사랑하는 주님 앞에 형제자매 한 자리에 크신 은혜 생각하며 즐거운 찬송 부르네.…” 이 순간이 감격스러웠는지 많은 성도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예배현장을 촬영했다.

명성교회와 사랑의교회 성가대로 구성된 1000명의 연합찬양대는 ‘오직 예수’ ‘주의 기도’를 찬양했다. 웅장하면서도 폭발적인 화음은 순식간에 예배당을 압도했다. 한목소리만 낸다면 역사적 분열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화목제물 예수 그리스도’라는 설교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건에서 볼 수 있듯 한국사회는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사회는 경제성장을 누리고 개인은 높은 학식을 쌓았음에도 이런 비극을 맞게 된 것은 그 안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와 사회가 분열한 것도 장자교단인 두 교단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이젠 선조들의 죄와 우리의 죄를 통회자복하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화합한다면 하늘의 문이 열리고 남북통일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회개와 화합의 의미로 예장 합동 소속인 서기행 오정현 목사와 포옹했으며, 성도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예장합동 최기채 장차남. 예장통합 박종순 김창인 전 총회장은 각각 한국교회의 치유와 회복, 사회의 안정과 국가발전, 한국교회 연합과 부흥,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했다. 특히 최 목사는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이지만 한국교회 ‘장자’라는 교만함과 우월감으로 서로 물고 뜯었다”면서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하나도 성한 곳이 없는 탕자의 심정으로 무릎 꿇고 회개하니 주님의 피 묻은 손으로 어루만져 달라”고 절규했다.

기도회는 지난 3월 교회 공신력 추락과 이단 창궐 현상 등에 위기감을 느낀 양 교단 원로급 지도자 10여명이 ‘교계가 앞장서서 광복 70주년인 2015년 희망의 새 역사를 이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 마련됐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