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합의로 사면초가 박영선…당사에 “여당인가” 손팻말, 대학생 대표실 진입시도

입력 2014-08-10 11:07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안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 사진=이병주 기자

새누리당과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도출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면초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물론이고, 당 안팎에서 재협상 요구가 공식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과 세월호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한 채 전격적으로 협상안에 합의한 책임을 벗기 위해 계속해서 자당 의원들에게 전화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11일 열릴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호의적 의견이 나올 지는 미지수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9일 오후부터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당사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 철회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야당의 상징인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흉상 주변에는 대책위와 시민단체들이 붙인 노란 손팻말이 무더기로 걸려있다. 글귀는 이렇다. “야당! 끝내 침몰하는가” “누굴 위한 합의입니까???” “졸속 밀실 합의, 새정치는 파기하라” “특별법은 국민의 생명선이다” “박영선은 여당인가? 야당인가?”

박 원내대표는 일단 11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이번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에 대한 배경과 내용을 의원들에게 보고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협상내용을 유가족과 당 내부에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안을 가져온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유족들이 당사에서 농성을 벌인 바 있고, 대학생들은 여의도 국회 박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진입하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세월호 생존학생들과 함께 안산에서 서울까지 걷기도 했던 문재인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고 말하면서 협상안 파기 및 재협상 요구는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7·30 재보선 참패로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를 잃은 새정치연합에서 박 원내대표마저 리더십 붕괴 사태를 맞이한다면, 야권의 정치적 재기는 상당기간 힘들어 질 수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