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갑상선암이 몹시 위험하고 빨리 치료해야 한다며 초음파 조기검진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분들이 환자의 안위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글을 썼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런 근거 없는 글쓰기는 그만두었으면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외국에서도 갑상선암이 증가하고 있으니 초음파검진 때문에 갑상선암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사실일까? 30년간 갑상선암이 3배 증가한 미국에서도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증가 원인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30배나 증가한 한국에서는 다른 원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고 지낼 뻔 했던 1cm 이상의 혹을 찾아내는 등 초음파 검진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것도 조금 더 지나면 알게 될 것을 미리 찾아낸 것에 불과할 뿐이다. 거기다가 우리나라는 검사비용이 낮고 병원 문턱이 낮아서 갑상선암이 많이 발견된다고 말하는 것은 초음파 검진 때문에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아졌다고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률이 높아지니 한 사람이라도 암이 발견되면 가족 모두 검사해 보라며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부추긴다. 그러나 이것도 가족 중에 누군가 암이 발견되면 두려운 나머지 온 가족이 초음파 검사를 받는 우리네 의료행태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 뿐이지 유전적 소인이 더 크다거나 더 위험한 것도 아니다. 이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 한 말이기는 하나 갑상선초음파 검사를 부추기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것 같다. 결국 이것도 갑상선암 발병의 주 원인이 갑상선 초음파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증거 중 하나다.
갑상선암 중 가장 나쁜 암은 역형성암인데 이 암은 커다란 갑상선 혹을 오랫동안 방치한 노인에게서나 발생할 수 있는 암이다. 초음파로나 발견되는 작은 암이 역형성암으로 변할 가능성은 없는데도 금방이라도 그럴 수 있는 것처럼 언급하거나, 전이 확률이 거의 없는 데도 전신전이가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초음파 검진의 논쟁점은 매우 작은 암을 초음파로 미리 알아내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초음파로 작은 암을 찾아내는 것이 환자의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세월의 통계가 명백히 밝히고 있다. 연간 환자수 3300명일 때도 340명 가량 사망했고 초음파로 찾아내어 환자수가 4만 3천명이 넘는 요즈음도 사망자수는 그대로이다. 오히려 수술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양산하고 의료비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하게 되면 완치율이 떨어지니 초음파로 일찍 발견하는 것이 좋다는 식의 주장은 얼핏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갑상선암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 반드시 초음파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암의 진행정도를 나타내는 것을 병기라 하는데 1기는 거의 다 생존한다는 뜻이고 4기는 거의 다 죽는다는 뜻이다. 45세 이하의 갑상선 유두암에서는 혹의 크기가 몇cm가 되든 또한 림프절 전이가 있더라도 1기에 해당한다. 45세 이상에서도 2cm 이하라면 1기에 해당한다. 2cm 이하에서는 전신전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준을 정한 것이다. 다행히 갑상선은 목앞에 있어 2cm 정도만 돼도 환자나 주위 사람에 의해 혹이 발견된다. 그러므로 만져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갑상선암이 1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져서 발견되는 2cm 갑상선 암을 수술하면 그 결과는 어떨까? 1988년부터 2001년까지 2만2000명 이상의 갑상선암 환자를 조사해 본 결과 1~2cm 크기의 암의 10년 생존율과 초음파로 발견할 수 있는 1cm 이하 암의 생존율 차이가 겨우 0.2%에 불과했다(2010, Abie Mendelsohn). 한 발 더 양보해 3cm 가까이 혹이 커질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하자 이때도 생존율은 97.9%로서 초음파로 발견했을 경우와 비교해서 1.4%밖에 생존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목을 한번만 만져보거나 진찰만 받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커져있을 경우에도 생존율이 98%나 되는 것이다. 이런데도 암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서 꼭 갑상선 초음파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기검진이 의미를 갖는 경우는 암이 상당한 속도로 자라서 일찍 발견하지 못하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는 경우다. 그러나 갑상선 유두암처럼 10년에 채 3밀리도 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에는 조기발견의 의미가 없다. 조기발견으로 얻는 혜택은 거의 없고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고생을 하게 되거나 약을 먹으며 환자로 살게 되는 멍에를 평생토록 짊어지게 될지 모른다.
지식이 없어 암이 무섭기 만한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줄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과장된 거짓 정보로 공포감을 조장한다면 결국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증가할 것이고 갑상선암 환자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이용식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건강 나침반] 이제는 갑상선암의 진실을 말할 때다
입력 2014-08-08 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