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차라리 탈영하라고 말하는 부모 마음을 아는가?”

입력 2014-08-06 16:50
“이유도 모른 채 군에서 장남을 잃은 어머니가 둘째 아들의 입대 전날 밤에 아들을 붙잡고 ‘얘야 만약 정 견디기 힘들면 죽지 말고 차라리 탈영하라’고 말한 심정을 아느냐”

‘의무복무 중 사망 군인 명예회복을 위한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가 6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병영 폭력문제 해결과 사망 장병의 순직처리 등을 호소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구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군 복무 중 사망한 자녀를 둔 부모들 모임이다.

이들은 육군 28사단에서 고참 병사들의 폭행으로 숨진 윤 일병이 차라리 부럽다.

윤 일병 부모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윤 일병이 최소한 어떻게 죽게 됐는지는 알기 때문.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서한 전달에 앞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마다 약 150여 명의 군인이 죽고 그 중 100여 명은 군 수사 당국의 일방적인 결론에 의해 ‘자해사망’으로 분류돼 아무런 예우 없이 처리되고 있다”며 군인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요청했다.

의무복무 중 사망한 모든 사람을 순직처리한다는 군인사법 개정안은 으로, 작년 12월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유가족협의회는 호소문을 통해 “이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일을 부럽다고 말하는 우리가 제정신일까요”라며 “윤 일병을 생각하면 부들부들 떨리는 심정으로 숨이 막혀올 지경인데 도대체 누가 이런 군대에 자식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라고 절규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어제는 우리가, 오늘은 윤 일병이, 내일은 누가 이 자리에서 울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