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고통 69년째, 이젠 시간이 없는데…

입력 2014-08-06 15:21
사진=합천평화씨알합창단의 지난해 68주기 추모공연 장면. 위드아시아 캡쳐.

합천평화씨알합창단의 노래가 끝나자 경남 합천군 원폭피해자 복지회관 위령각 앞에 모인 사람들은 박수가 아닌 눈물을 보였다. 그 합창속엔 70년의 쓰라린 고통과 아픔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

6일 열린 ‘제 69주기 원폭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한 합창단과 참석자들은 80대 어르신부터 10대 청소년까지 모두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들.

지난 69년간 피해보상은커녕 정부와 국민들의 무관심속에 고통의 나날을 살아온 이들은 이날 추모제에서 더 늦기 전에 원폭 피해로 인한 참상과 아픔을 전 국민에게 알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지난 17대, 18대 국회에서 발의만 했을 뿐 폐기됐다가 이번 국회에서 다시 상정돼 1년간 내버려둔 ‘원폭 피해자와 자녀를 위한 특별법’ 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합천원폭피해자 복지회관에 입주한 원폭 피해자들은 인류 최대 재앙인 그날의 참상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원폭 피해 1세대인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원폭 피해를 직접 본 1세대들은 귀국 후에도 피폭에 따른 유전적인 문제로 제대로 결혼조차 못한 채 한 많은 삶을 살다 떠나고 있다”고 증언했다.

당시 원자폭탄에 희생된 7만여명의 조선인 원폭 피해자 가운데 당시에 4만명은 사망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목숨을 걸고 귀국하거나 일본 땅에 남았지만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원폭 피해자 1세대는 대부분 사망하고 현재 2660여명(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록자 기준)만이 생존해 있는 상태다.

한정순 한국원폭2세 환우회 회장은 “원자폭탄이 남긴 고통은 후대까지 이어져 원폭피해 2세대와 3세대들의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과 피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폭 피해자와 가족들은 이처럼 70년 가까이 대를 이은 고통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국민은 그 실상을 너무도 모른 채 외면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원폭 2세 환우들의 쉼터인 합천 평화의 집은 현재 국내 중·고교 역사교과서 29종 가운데 한국인 피폭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교과서는 단 1종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단 한 줄의 서술에 그치고 있다고 통탄했다.

실제 이날 추모제에도 하창환 합천군수 등 지자체와 민간단체 대표 등만 보였을 뿐 국회를 비롯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현재의 실상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원폭 피해자 지원단체인 위드아시아 이사장인 지원 스님은 “더 늦기 전에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