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이 다시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영화 ‘명량’을 통해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전법을 보여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굽어보는 곳. 그 뒤 조선왕조 문무의 꽃을 피웠던 금빛 세종대왕이 왕좌에 앉아 내려다보는 그곳입니다. 외신이 주목하는 이유는 세월호와 교황 프란치스코 때문입니다.
AFP통신은 5일 오후 광화문 광장의 전경을 담은 사진을 전 세계에 송고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여러 천막이 비온 후 죽순처럼 솟아나 있습니다. 그 뒤로 세종대왕, 그 너머엔 광화문. 그리고 왼쪽 뒤편으로는 한국 정치권력의 상징 청와대의 푸른 기와가 보입니다.
통신은 사진설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6일 123인의 성인을 광화문 광장에서 성인으로 인정하는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며 이는 4일간 방한하는 교황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했습니다. 이어 “3만명의 경찰이 이 행사를 위해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1인 시위의 성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은 늘 무언가 한국 사회를 향해 외치고 싶은 이들과 이를 통제하려는 경찰력이 맞부딪치는 공간입니다.
통신은 또 세월호 가족들의 특별법 제정 촉구 농성 현장 사이로 비죽이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 모습을 전송했습니다. 사진을 보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가족들이 5일 300명 넘는 희생자를 낳은 참극에 대해 독립적 조사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가족들은 만일 교황의 미사 때문에 광화문 광장을 깨끗이 비우려는 (경찰의) 집행이 있을 경우, 다시 돌아와 싸우겠다고 맹세했다.”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를 외치며 오늘도 광화문 광장으로 시민들은 몰려듭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미사 때문에 이들을 내쫓는다면, 과연 예수님의 길을 걸었다고 말할 수 있을 까요? 외신들의 눈은 오늘도 광화문 광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외신이 본 한국] 이순신이 굽어보는 광화문 광장…세월호와 교황
입력 2014-08-06 09:41 수정 2014-08-06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