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전문 연주자들과 당당하게 무대에 섰다.
뜨거운 환영의 박수 소리가 터졌다. 한 손에 활을 잡은 정명화가 나타났다.
한 발짝 옆에 앉은 지적장애 아티스트 박세준(15)군도 보였다.
모차르트의 ‘두 첼로를 위한 소나타 내림 나장조 중 1악장’이 울려 퍼졌다.
제1첼로 정명화, 제2첼로 박세준.
600여명의 관객이 아름다운 연주에 몰입했다.
5일 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전 세계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음악 축제인 평창스페셜뮤직&아트페스티벌의 개막 연주회가 열린 것이다.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한 무대에 서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피아노 삼중주 1번 내림 나장조 1악장’을 연주했다.
세계적인 음악가와 신예 아티스트의 연주 실력에 박수갈채가 이어졌지만 이날 연주의 백미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과 이들이 펼친 협연 무대였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지적 장애인 이들림(20)군은 신지아와 함께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했다.
일본에서 온 지적장애인 카구토 토야나기(20)군도 손열음과 함께 피아노 이중주로 브람스 작곡의 ‘헝가리 무곡 1번’을 선보였다.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흐름을 잃지 않는 경쾌한 연주로 박수를 받았다.
정명화와 함께 연주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첼로 이중주를 선보인 박세준 군은 곡이 끝나자 쑥스러운 듯 입술을 꾹 깨물고 인사를 했다.
박군의 아버지이자 이번 페스티벌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첼로를 가르칠 박상민(46)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음악인들이 설 무대 자체가 많지 않은 한국이기에 지적·자폐성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이런 공연 기회가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앞서 나경원 조직위원장, 한승수 전 총리,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주요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나경원 조직위원장은 개막사에서 “페스티벌이 지적·자폐성 장애인 아티스트들에게는 본인의 실력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져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투게더 위 플레이’(Together We Play)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올해 페스티벌에는 해외 16개국 지적·자폐성 장애인 28명을 포함해 국내·외 장애인 아티스트 100여명과 국내 정상급 음악인 등 재능기부자 20여명이 멘토로 함께 한다.
오는 9일까지 4박5일간 평창 알펜시아에서 집중 레슨, 마스터 클래스(유명 전문가가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 음악 공연, 미니 스페셜 올림픽, 문화체험 활동이 펼쳐지는 것이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평창 알펜시아 발달장애인 예술가·전문연주자 콘서트… 나경원 의원 “인식 개선 계기 되길”
입력 2014-08-05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