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취임 당시 집권욕이 아니라 통치력을 갖췄다는 평가의 김대중 대통령 5주기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5일 “서거 5주기를 맞아 8월 31일까지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서거일인) 8월 18일 월요일 오전 10시 서울 국립현충원 현충관 및 묘소에서 공식 추도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 추모위원회 위원장에는 동서화합에 신경쓰고 있는 국회 정의화 의장이 위촉됐다. 정 국회의장은 부산이 지역구임에도 호남권 유권자들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센터는 김 대통령의 추모객을 받기 위해 서울 동교동에 있는 김 대통령 집무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11일부터 18일까지 8일간인데 벌써 5년째 해오는 집무실 공개이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이어 더 슬프던 여름, 김 대통령이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가기 직전까지 읽던 책이 책상 위에 그대로 남아있다. 박시백 화백이 그린 ‘조선왕조실록’ 제 4권이다.
왜 하필 조선왕조실록일까. 센터 관계자는 “대통령님이 마지막에 시력이 안 좋아져 부탁한 책”이라고 했다. 박 화백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13년간 만화로 그려 총 20권의 정사로 펴냈다. 역사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던 김 대통령은 시력이 소멸되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글자 대신 큰 그림이 들어있던 정사를 놓지 않았던 것이다.
오는 13일에는 역시 서울 국립현충원 묘소에서 ‘일본납치 생환 41주년 참배’ 행사가 열린다. 이는 1973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있던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정보원의 전신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야당의 유력주자이던 김 대통령을 일본 도쿄에서 납치해 공해 상에서 수장시키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을 가리킨다.
김 대통령은 납치 사건 2년 전이던 1971년 박 대통령과 대선에서 붙어 박빙의 표차로 진 바 있으며 늘 독재정권의 눈엣가시였다. 납치사건은 청와대의 ‘대놓고’ 정적 제거 기도에 정보기관 요원들의 해외 난입까지 겹쳐 한국의 대표적 민주주의 훼손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김 대통령은 도쿄 그랜드호텔 납치 5일 만인 1973년 8월13일 밤 10시20분쯤 도쿄가 아닌 서울 동교동 자택 앞에 눈을 가리운 채 던져졌고, 결국 생환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집권욕 말고 통치력 갖췄던 김대중 5주기…마지막까지 조선왕조실록을
입력 2014-08-05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