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개봉 7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1597년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그린 이 영화는 주연인 최민식과 류승룡 등의 호연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죠.
그런데 이 ‘명량’을 둘러싸고 인터넷에선 또 다른 전쟁이 벌어져 눈길을 끕니다. 발단은 한 네티즌이 ‘명량’의 기사 아래에 댓글로 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상소문과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명언을 언급하며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에서의 전사를 논한 것이었습니다. 그 밑에 또 다른 네티즌이 “스포일러 하지 마세요”라고 일침을 놓으며 난데없는 스포일러 논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스포일러는 작품의 내용 누설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김이 빠지는 일이죠. 보통은 스포일러를 아주 매너 없는 행동으로 취급하지만 ‘명량’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도 배웁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첩에서는 대승을 거두지만 이후 1598년 노량해전에서 죽음을 맞게 됩니다. 현 시점에서 400여년이나 전의 일을 스포일러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는 겁니다.
물론 해당 댓글을 스포일러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논리는 있습니다. “사실을 재구성한 영화라 해도 어느 정도의 픽션은 가미되어 있고, 더욱이 영화의 분위기나 대사 톤, 전체 극 전개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글을 보고 가면 김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상소문은 우리에게 제갈공명의 출사표만큼이나 유명한 말입니다. 결국 해당 댓글은 수백 명 네티즌들의 찬성과 반대로 얼룩지며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로 퍼지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체적인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입니다. “400년 전의 국사가 스포일러라니” “요즘 국사 과목 필수 아닌가요?” 등입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해프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영화 ‘명량’ 재미있는 스포일러 논쟁… “이순신 장군 전사가 내용 누설?”
입력 2014-08-05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