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000㎜ 물폭탄’ 피해 없었다?…알고보니 화산지대 덕!

입력 2014-08-04 15:17 수정 2014-08-04 17:44
한라산 동북사면 성판악 등산로 근처에 위치한 사라오름. 사라오름 정상에는 둘레 약 250m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습원을 이룬다. 한라산국립공원 제공

지난 3일 서해에서 소멸된 제12호 태풍 ‘나크리’가 전국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지만 10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제주도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화산지대인 제주도만의 특이한 지질 구조과 하천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1일부터 3일 오전 6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1480㎜(2일 1182㎜)의 폭우가 쏟아졌다. 또한 진달래밭 1055㎜(2일 840.5㎜), 어리목 786㎜(2일 620㎜), 성판악 565㎜(2일 430.5㎜) 등 한라산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렸다. 이외에 제주 124㎜, 서귀포 164.5㎜, 성산 90.2㎜, 고산 42.9㎜의 누적 강수량을 보였다.

2일 하루 윗세오름에 내린 강수량 1182㎜는 한라산(윗세오름·진달래밭)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2002년 12월 이후 1일 강수량으로는 최다 기록이다. 4000㎜가 넘는 한라산 연평균 강수량의 4분의 1 수준의 비가 단 하루에 내렸다.

전문가들은 제주 지역에서 폭우 피해가 거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제주만이 가진 특이한 지질구조와 곳곳에 형성된 자연하천, 저류지 역할이 컸던 것을 들고 있다.

제주도는 토양층에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긴 화산암과 화산재, 모래, 자갈 등이 골고루 분포한 데다 절리(암석에 나타나는 나란한 결)와 균열, 공극(암석 내부 틈에 스며있는 물) 등이 많아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든다는 것이다.

화산회토(火山灰土)로 분류되는 제주도의 토양은 공극률과 투수성이 높아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하방침투가 매우 빠르다.

또한 제주도에는 전체길이 832.9㎞에 이르는 147개(제주시 66개·서귀포시 81개)의 지방하천과 소하천이 있다. 한라산 경사면을 따라 해안까지 이어지는 이들 자연하천은 산간 등 곳곳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도수로 구실을 한다.

이런 자연적인 환경과 함께 저류지도 큰 역할을 했다.

제주도에는 한천 2개소, 병문천 4개소, 산지천 4개소, 독사천 2개소 등 4개 하천에 시설한 저류지 12개소(총 저장량 147만7000㎥)는 하천으로 흘러든 엄청난 양의 빗물 가운데 일부를 저장해 하천 범람을 막는 기능을 한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