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을 주창했던 야권의 대권주자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이 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손 고문은 “지금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며 정치인의 덕목으로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30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경기도 수원병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정치신인 김용남 당선자에게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의 브리핑룸인 정론관에서 손 고문은 자신의 정치 역정을 짧게 회고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 그리곤 카메라가 없는 복도로 나와 아쉬워하는 기자들과 다시 한 번 문답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에선 이렇게 서서하는 복도 인터뷰를 ‘백브리핑’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사실은 여기서 더 많이 나온다.
손 고문은 박근혜정부에 대한 할 말을 묻는 질문에 “굳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진 않지만”이라고 전제를 단 뒤 “국민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에게도 손 고문은 “똑같이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생활을 첫째로 하는,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민주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게 “여야를 떠난 정치와 정치인의 기본자세”라고 했다.
수원병 선거 패배가 정계 은퇴 결심의 계기가 됐냐는 아픈 질문에 대해서도 손 고문은 여유있게 넘겼다. 그는 “저 자신의 패배”라며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고, 우리 민주당(굳이 민주당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와 신망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이어 야권 전체에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이어 “누군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고, 정계 은퇴를 계기로 해서 새정치민주연합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새 각오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역시 여당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했다.
충격적 선거 패배 이후 만 하루도 안돼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 고문. 그의 마지막 말은 “정치가 아니더라도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자유로운 시민으로 돌아가니까 어제에 나를 묶으려 하지 않겠다”란 말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 만큼 멋진 은퇴 선언이다.
우성규 최승욱 기자 mainport@kmib.co.kr
[백브리핑] ‘저녁이 있는 삶’의 손학규 “어제에 나를 묶지 않겠다”
입력 2014-07-31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