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모처럼 웃었다. 회의를 주재한 김무성 대표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고, 서울 동작을에서 야권 연대를 뚫고 승리한 나경원 당선자는 “당과 국회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1988년 개헌이후 보수 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당선된 이정현 당선자는 서울 여의도와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나 멀은 탓인지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31일 오전 9시 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7·30 재보궐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승리자들의 말을 들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나경원 당선자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된 것 같다”라며 폭염속 선거운동 기간을 회고했다. 나 당선자는 “국민이 주인된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수원병에서 야권 대권주자인 손학규 후보를 물리친 새누리당 김용남 당선자는 “제가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를 가져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외국인들이 굿뉴스 배드뉴스 하면서 농담을 할 때 많이 쓰는 방식이다.
김 당선자는 “정치 신인인 제가 야당의 정치적 거물인 손학규 후보님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것”이 굿뉴스라고 했다. 이어 “이게 보궐선거이다보니 1년 8개월 이후에 다시 선거를 치러야하는 게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흐흐흐’ 하는 웃음소리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검사 출신으로 두 번째 국회 입성에 성공한 경기도 수원을 정미경 당선자는 “18대 때 만나뵀던 분들 반갑다”라며 “멀리 돌아서 집으로 온 기분”이라고 했다. 정 당선자는 “편안하고 좋다”라며 “더 사랑받는 새누리당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바닥에서부터 하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을에서 새정치연합 정장선 후보와 쌍용차 노동조합 출신 김득중 후보를 제친 새누리당 유의동 당선자는 당의 승리에 대한 의미를 나름 분석했다. 유 후보자는 “새누리당이 잘했다는 격려의 민심이라기보다는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잡고 나라를 새롭게 하라는 국민적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명령을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만면에 웃음을 띈 다른 후보들과 달리 충청권 탈환의 1등 공신이 된 대전 대덕의 새누리당 정용기 당선자는 딱 한마디만 했다. 그는 “지역구 유권자 국민이 무서운 줄 아는 정치를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선거 다음날 모처럼 웃은 새누리…“야권거물 꺾어 굿, 20개월후 또 선거해 배드”
입력 2014-07-31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