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홍기문 한글본 종합한 난중일기 완역 출간…1인 이순신 연구자의 노력

입력 2014-07-28 17:15
사진=여해고전연구소 제공
사진=영화 명량, 국민일보DB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 그 드라마틱한 승전을 다룬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한문으로 돼 있다. 번역은 1955년 북한으로 넘어간 학자 홍기문이 먼저 했다. 충남 아산 현충사에 남은 글귀의 주인공, 남한의 이은상보다 13년 빨랐다.

홍기문은 남한 학자들보다 먼저 조선왕조실록을 완역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하소설 <임꺽정>을 남긴 벽초 홍명희의 아들이다. 이 홍기문의 한글 번역을 종합한 <증보 교감완역 난중일기>가 28일 출간됐다. 이순신 전문가 노승석(45) 여해연구소장의 독보적 연구 결과물이다.

노 소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홍기문 번역이 최초 한글 번역본이며, 이를 비교대상으로 참고해 더 생생한 난중일기로 펴냈다”라고 말했다. 노 소장은 “홍기문 한글본은 2013년 해외에서 입수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에 자문을 구해 학문적 연구라면 문제가 없다는 대답도 들었다고 한다. 한국엔 서울대학교에 홍기문 번역본 1권이 소장돼 있지만, 접근이 쉽지 않다고 했다.

노 소장은 순천향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이순신 연구만을 위해 독립한 저술가다. 지금까지 난중일기 완역본, 충무공 최후까지 충성을 다하다, 이순신의 리더십 등을 펴냈다.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 제작진은 2012년 노 소장이 발굴한 명량 대첩 관련 기록 <사호집> 발표 현장에 나타나 연구 결과를 청취하기도 했다. 사호집은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서 출전한 오익창의 글이다. 글을 다루는 선비임에도 무기를 든 오익창은 명량 해전과 관련 세세한 기록을 남긴 저자로, 노 소장이 국내에서 처음 발굴해 번역했다. 조선 사대부들에게 도망가지 말고 싸울 것을 외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주인공이다.

덕분에 노 소장은 최근 영화 명량의 시사회에 초대 받을 수 있었다. 노 소장은 영화 명량을 보고 난 느낌에 대해 “좋았다”라고 짧게 평했다. 명량은 30일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개봉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