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헤른 할머니 "일본군 행위 용서했지만 결코 잊지 못해"

입력 2014-07-27 13:46

"전 세계가 다 아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감히 어떻게 부인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일본 정부의 행태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범죄자이며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합니다."

호주인 위안부 피해자인 얀 루프 오헤른(91) 할머니는 26일(현지시간)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행태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을 한국에 초청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한 김봉현 주호주 한국대사에게 다음 달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해달라며 "일본군이 나에게 했던 행위는 용서했지만, 결코 잊을 수는 없을 것"이란 내용의 친필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다음은 오헤른 할머니와의 일문일답.

--일본의 고노 담화 수정 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군이 이른바 위안부를 강제동원하고 그들을 성노예로 삼았던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어떻게 감히 부인할 수가 있는 것인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아베 총리는 범죄자다.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 일본이 역사를 은폐하려 하고 있으며, 그래서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미래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일본의 역사교과서에도 위안부 관련 사실이 수록돼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 손녀도 그런 역사를 배워야만 한다.

--다음 달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가 초청하면 응할 것인가.
▲(가톨릭 신자인) 나도 교황을 보고 싶지만 건강이 썩 좋지 않아 장거리 여행이 어렵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면 완전히 기진맥진해버린다. 나이가 아흔이 넘었고, 왼쪽 다리도 그다지 좋지 않다. (장거리 여행을 삼가라는) 의사의 권고도 있었고…. 아쉽지만, 한국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김 대사에게 친필 메시지를 전달하며) 교황과 참석자들에게 전달해주면 고맙겠다.

--교황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뭔가.

▲교황께서 일본군의 야만적 행위를 감내해야 했던 위안부 여성들의 엄청난 고통을 잘 헤아리시리라 믿는다. 예수가 그랬듯이 나도 그들(일본군)을 용서할 수 있었고, 용서만이 유일한 치유의 길이었다. 하지만, 일본군이 나에게 했던 행위는 용서했지만, 결코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로서 겪었던 고통을 지금도 기억할 수 있나.

▲위안부로 끌려가 맨 처음 당했을 때의 고통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우리 세대는 성(性)에 대해 개방돼 있거나 많이 아는 세대가 아니었다. 위안부로 끌려간 많은 여성이 성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 성노예 생활을 하면서 당할 때마다 한 번도 저항을 안 한 적이 없었지만 그들은 옷을 찢고 발로 짓밟으면서 나를 겁탈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들은 오히려 그런 것을 즐겼던 것 같다. 한 번은 성병(性病) 검사를 하러 온 일본인 의사에게 상부에 알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그 의사에게도 강간을 당했다. 그 뒤로 의사들을 싫어하게 됐다. 또 일본군들이 위안부 여성마다 꽃 이름을 붙여 불렀기 때문에 한동안 꽃 선물을 받는 걸 두려워하기도 했다. 이제는 괜찮아졌지만….

--아베 일본 총리가 최근 호주를 방문했는데.
▲그가 호주에 와서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악수를 하는 걸 봤다. 애벗 총리는 아베 총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베는 교육도 많이 받고 지위도 높은 사람인데, 왜 당연한 문제를 모르고 이해를 못하는지 모르겠다.

(애들레이드=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passio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