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던 장맛비가 잠시 주춤하던 24일 저녁,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아래 당정생태공원 맨홀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손에 뜰채와 플라스틱 수조를 든 이들은 이내 손전등을 켰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인 맹꽁이 구출작전이 시작된 것. 이날 하루 일과를 마친 하남시 환경단체 회원들과 시민, 학생들은 2개조로 나눠 맨홀에 빠져있거나 컴컴한 도로를 건너고 있는 맹꽁이들을 찾아 나섰다.
“앗! 선생님, 검은 비닐봉투 옆에 있는 맹꽁이도 구해주세요”
하남시 소재 환경단체인 푸른교육공동체가 개설한 맹꽁이학교에 다니는 최정현(7)군이 맨홀 속에 들어가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을 들쳐가며 맹꽁이 구조작업을 벌이던 어른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주위는 온통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맹꽁이들의 합창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맹꽁이는 야행성 동물로 연중 땅 속이나 풀숲에서 서식하다 장마철 비가 그친 후 습기가 가득해지면 땅 위로 올라와 짝짓기를 하기 위해 요란하게 운다. 특히 산란기에는 여러 개체가 한 곳에 모여 짝짓기를 하는데 큰 비로 인해 새로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좋아 한다.
맹꽁이가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연중 고인 물인 하천과 연못은 수심이 깊고 여러 천적들이 이미 서식하고 있어 안전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정섬 주변 당정생태공원과 신장생태공원, 미사리 일대는 5~6년 전만해도 개체수가 2000~3000 마리에 이를 정도로 수도권에서 가장 큰 맹꽁이 서식지였다. 하지만 미사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각종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맹꽁이에겐 ‘죽음의 늪’인 생태공원 배수로와 하수구에 빠져 익사하거나, 4대강 개발사업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하는 맹꽁이가 많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로 주변에 설치된 15cm 높이의 경계 턱을 넘지 못한 맹꽁이 성체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5년 동안 이 지역 맹꽁이 보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의 서정화 대표는 “생태통로 조차 없는 무모한 도로건설 등으로 수많은 생명체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우수한 자연환경을 보여주는 환경지표종인 맹꽁이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8종의 양서파충류에도 관심과 배려를 가질 때”라고 강조한다.
맹꽁이의 희생을 막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푸른교육공동체가 환경지표종인 맹꽁이 보호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밤늦게 까지 회원들은 40여 마리의 맹꽁이를 맨홀에서 구출해 안전한 곳으로 돌려보낸 후에야 늦은 저녁을 함께 했다.
하남=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앗! 선생님, 저기 저 맹꽁이도 구해주세요” 한 여름 밤, 맹꽁이 구출작전
입력 2014-07-25 17:12 수정 2014-07-25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