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휴가를 가야 세월호 침몰 참사로 위축된 경기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준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세월호 실종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황에서, 인사참사 여파로 여태 2기 내각도 완성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춘추관을 방문해 박 대통령의 휴가와 관련 “일정과 장소를 놓고 고민 중이고, 아직 결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정하는 데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라며 “세월호 상황과 민생경제 활성화 양쪽 조건을 현재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주요 수석비서관실이 업무 마감시점을 오는 25일로 정해 놓은 것으로 미루어 대통령이 28일부터 닷새간 휴가를 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을 경우 이 계획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인 가구여서 다른 가정과 달리 휴가계획을 바꾸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 해 국정 아젠다 세팅에 주력하던 지난해에도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닷새간 휴가를 냈다. 경남 거제의 저도, 과거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가 있던 곳을 택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모래사장에 홀로 나뭇가지를 들고 허리를 굽혀 ‘저도의 추어(억)’까지 쓴 사진을 공개했다. ‘몸빼(여성이 입는 왜바지)’같은 치마를 입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다른 사진엔 젊은이들처럼 ‘왕잠자리’ 형태의 선글라스를 쓴 모습도 선보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35여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는데”라며 “부모님과 함께 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라고 썼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휴가 가? 말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
입력 2014-07-23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