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와 파울러, 그 질긴 인연

입력 2014-07-20 20:31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143회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격돌한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와 리키 파울러(26·미국)는 신인 때부터 질긴 인연이 있다. 2010년 파울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없이 신인왕에 올랐을 때 매킬로이는 첫 승을 얻고도 신인왕에 오르지 못했다. 많은 유럽출신 선수들이 PGA 투어의 신인왕 산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매킬로이가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을 때 파울러는 그 때까지 첫 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그해 10월 천안 우정힐스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초청 선수로 출전한 파울러는 매킬로이를 보란 듯이 6타차 2위로 끌어내리고 프로 전향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파울러는 그 여세를 몰아 2012년 5월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매킬로이를 따돌리고 PGA 무대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매킬로이를 만나면 없던 힘마저 내는 파울러였다.

하지만 19일(현지시간)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2·7312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에서 파울러는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 단독 선두 매킬로이(16언더파)에 6타 뒤진 단독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아무리 ‘매킬로이 천적’이라해도 역전이 쉽지 않은 스코어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1, 2위 선수가 6타 차이가 난 것은 2000년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미국)가 선두에 나선 이후 14년 만이다.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을 석권한 매킬로이는 메이저 3승 달성을 사실상 굳혔다. 역대 브리티시오픈에서 마지막날 6타차 선두가 뒤집어진 예는 없었다. 매킬로이는 그동안 브리티시오픈에서 2010년 공동 3위가 최고 성적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사흘 내내 선두를 고수하며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의 파혼이후 심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

허리 수술 뒤 돌아와 가까스로 컷을 통과한 ‘골프 황제’ 우즈는 3오버파 219타 공동 58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매킬로이와는 무려 19타 차로 메이저 대회 15승째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8명이 출전한 한국(계) 선수 중에서는 안병훈(23)이 4언더파 212타 공동 19위로 4라운드에 돌입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은 역대 한국선수 최고성적(2007년 최경주 공동 8위)에 도전한다. 2009년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인 그는 2011년 프로로 전향해 유럽 2부 투어에서 활약 중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